8월의 사진관

by 이나라




어쩌다 보니 27살의 늦은 여름, <8월의 크리스마스> 속 초원사진관을 닮은 작은 사진관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라지만 사진관에서 일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물론 한 눈에도 비싸 보이는 C사 카메라는 항상 사장님 손에 있고 직접 촬영과 관련된 업무를 하진 않지만 구석진 곳의 작은 사진관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주말은 예약이 꽉 차있기 때문에 작업하시느라 바쁜 사장님 대신 현장에서 예약을 원하는 손님과의 일정을 조율하고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액자를 제작하고 결제를 하며 나온 사진을 잘 포장해주는 역할 정도까지가 주말 아르바이트생인 내 작은 임무다.



바야흐로 초고화질의 스마트폰이 카메라를 장악하는 시대에 사진관이 웬 말인가. 처음 일을 나가는 날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사진관을 많이 찾을까 의아해하며 출근했지만 그건 또한 나의 어리석은 통념일 뿐이었다. 주말의 사진관은 항상 좋은 찰나를 기록하려는 다양한 사연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미국으로 이민 가기 전, 결혼식을 하지 않고 대신 사진을 찍는다며 말쑥한 옷차림으로 방문한 신랑신부, 배가 볼록한 채 뱃속의 아기와 함께 온 수줍은 예비엄마와 예비아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며 온 가족의 손을 잡고 지팡이에 의지하시며 오신 어르신,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마주보고 서라는 말에도 웃음이 터져버리는 대학생 커플, 좋아하는 당나귀 애착 인형과 사진을 찍으러 온 개구쟁이 5살 꼬마, 다시 돌아오게 될지 모르는 한국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남기는 외국인들 같은.



카메라 앞에서 사람들은 자주 비장해진다. 여름날에 언덕배기에 있는 작은 사진관을 향해 걸어오느라 땀에 젖은 얼굴을 거울에 들여다보며 잔머리를 정리하고 립스틱을 덧바르고 옷차림을 정돈한다. 사랑하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힘껏 웃으며 렌즈에 눈을 맞춘다. 그러면서도 자주 행복해하고 아쉬워하고 눈물짓기도 한다. 늙어버린 나의 부모님을 보며, 벌써 이만큼 커버린 나의 아이에 대해서, 앞으로의 날들을 약속하며 또 오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유행하는 어플로 잡티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이 선명한 색감의 멋진 모습이 담긴 사진이 아니라 살짝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있는 그대로의 몸과 피부와 생기 있는 눈빛, 웃음으로 카메라에 간직되는 사람들은 스스로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곧바로 옆에서 인화되는 사진을 바라본다. 그럼 잠시나마 그들 주변에 머무는 달큼한 공기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언젠가 사람이 없을 때 사진관 구석구석을 청소하다 거미줄을 발견했다. 지난 주도 지지난주에도 제거했었는데 새순이 돋아나듯 또 그 자리에 그대로 생겼더랬다.


-사장님. 거미줄이 자꾸 생겨요. 지난주에 분명히 치웠는데요.


-내버려두어요. 어차피 매주 생기더라고. 여기 어딘가에 거미가 사는 것 같아.


그대로 둘 수 없었지만 또 치울 수도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차피 사람들이 보지 않는 깊숙한 곳에 짓고 큰 피해를 끼치지도 않으니 알아서 나가도록 두기로 했다. 거미가 이 사진관 어딘가에 사는 거라면 나갔다 돌아왔을 때 매 번 얼마나 허무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번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자신이 머물 기억을 지을 테다. 작은 사진관은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될 찰나를 건질 시간을 기다린다. 잊혀진 듯 허물어지다가도 다시 지어지는, 인생을 담은 작은 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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