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indy Jan 01. 2021

새해를 시작하며 나는,

작심삼일이면 뭐 어때. 

1년 중에 내가 가장 부지런한 날은 12월 31일이 아닐까 싶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에는 바빠진다. 서둘러 지난 1년을 돌아보고 분주히 내년에 새로이 할 것들을 계획한다. 잘 쓰지도 않는 다이어리를 공들여 고르고, 영어학원 등록비를 알아보고, 3일간의 연휴동안 읽을 책들을 3권이나 샀다. 


새해 첫 날이니까,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할 것 같아서 오전부터 집을 나섰다.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합정역에서 양화대교를 지나, 한강공원의 고즈넉한 풍경을 지나, 여의나루역까지 갔다. 바람이 차서 코가 얼얼했다. 새해 첫날엔 엄마랑 행주산성에서 해돋이를 보곤 했었다. 늘 새해 첫날 아침은 몸이 꽁꽁 얼어붙었었다. 그저 매일 뜨는 해일 뿐인데, 새해 첫날에는 뭔가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진다. 그 많은 사람들이 그날만큼은 아침 잠을 물리치고 행주산성으로 몰려드는 것을 보면 나만 그런건 아니지 싶어 나름의 위안이 된다. 다행히도, 사람들은 다 똑같다. 


한강공원 사진을 미처 남기지 못해 대신 올려보는 인왕산 사진.


작년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내가 참 많이도 좋아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기필코 해내겠다고 다짐했던 이직에 실패했다. 

통영에 처음 가봤고, 자취생활에 적응했으며, 베이킹 수업에 도전했고, 주식을 시작했다. 


나는 서른 두 살이 됐다. 새로 산 다이어리에 2021년 1월 계획을 잔뜩 써내려가면서 과연 이걸 내가 지킬 수 있을까, 내 자신이 미심쩍지만... 괜찮다. 원래 인생은 작심삼일. 


설레는 새해 첫날이 저물어간다. 


새해 첫 날 러닝하고 먹은 굴찜. 쏘맥이 달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어른이 된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