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대통령 선거에, 온 나라가 어수선합니다.
러시아는 이웃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이런저런 영향으로 세계 경제는 흔들거리고요.
물가는 덩달아 솟아오르고, 우리 서민들은 더욱 살기 힘들어집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나도 힘든 시기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이라고 속편한 건 아니지만 그땐 정말 힘들었습니다. 심한 우울증도 겪었고요.
영화감독을 준비했는데, 잘 안됐습니다.
결국 다 포기하고 그동안 써왔던 시나리오와 자료들을 모두 버렸습니다. 다시는 쳐다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거지요.(나중에 궁금해서 읽어보려고 했는데 하나도 찾을 수가 없더군요. 정말, 컴퓨터 깊숙이 있을 옛날 작품까지 모두 치워버렸습니다. 제가, 한다면 합니다!)
그런데 어제, 묵은 수첩을 찾았습니다. 취재수첩은 아니고, 책을 읽으며 참고할만한 글귀 같은 것들을 적어놓은 수첩입니다. 다양한 책들을, 열심히 읽었더군요. 그 시절의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지나간 옛날은, 그 생생한 아픔이 휘발하고 나면 애틋하고 아름답습니다. 흑백사진처럼 말이죠.
시나리오 쓸 때 인용하려고 한 듯, 수수께끼도 있고 속담도 있습니다. OX 퀴즈도 있네요.
“똥침을 맞고 죽을 수도 있다.”(O)
“낙지의 심장은 1대다.”(X 3개)
“재미있는 얘기를 여럿이 들으면 더 재미있다.”(O 대뇌변연계 영향)
“우리 몸에서 힘이 가장 센 근육은 혀다.”(O)
“비행기의 블랙박스는 검은색이다.”(X 노란색)
“거시기는 표준어이다.”(O 지시대명사)
퀴즈는 이런 것들입니다.
“할아버지의 발은 큰 발이다”를 4자성어로 하면? “노발대발”
풀 수는 있지만 감을 수는 없는 것은? “수수께끼”
운동선수들이 제일 싫어하는 책은? “실책”
1+1= “중노동”, 2+2= “덧니”, 2-2= “틀니”
인삼은 보통 6년 근일 때 캔다. 산삼은? “보는 즉시”
마요네즈와 참기름을 섞으면 어떻게 될까? “엄마한테 혼난다”
닭 중에서 가장 빠른 닭은? “후다닥”
공중에서 독수리와 참새가 정면충돌했다. 이런 현상을 무슨 현상? “보기 드문 현상”
사과를 먹을 때, 벌레가 몇 마리 나올 때 가장 놀랄까? “반 마리”
도둑이 훔친 돈을 뭐라고 할까요? “슬그머니”
남편의 반대말은? “내편”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여자는? “꿈에 나타나는 여자”
그 밖에 여러 가지 명문장과 경구들, 금언들과 철학적 언사들이 메모되어 있습니다. 출처도 적혀있지 않아서 누구의 말인지 모르겠지만요.
젊은 시절 한동안 빠져있던 ‘에로티즘’에 관한 문장도 여럿 보이네요.
“에로티즘은 ‘타자’로 향하는 운동이다.”(보부아르)
“에로티즘의 본질은 더럽히기.”
“공포와 역겨움이 극단에 이르면 우리는 공허의 감정에 빠진다.
그 공허는 우리로 하여금 충일을 맛보게 하고...
공포감의 초월, 즉 위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살부의식(殺父意識)은 현실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불만이다.”
“인간이란 ‘모래밭에 찍힌 발자국’같은 것.”
“나는 내 혼을 찾아 떠난다.”
“인간에게 진정한 천직은 단 하나. ...자기 자신에 도달하는 것.”
“인생에 유치한 일이란 결코 없다는 것.”
“지속의 괴로움; 모든 것이 순간적인 것에 불과하다면 인생은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특히- 불행은 늘 유전된다!“
“인생이란 좋아도 고생길이며, 나쁘면 ‘견딜 수 없는 불꽃의 옷(엘리엇)’인 것.”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것은 자신이 그 부분을 이루고 있는 부정적 세계를 부수는 것.”
“꿈틀거려야지. 꿈틀거리지 않으면 시간은 까마귀가 된다.”
세상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시선이 주를 이루지만 약간 희망적인 모습도 보이긴 합니다.
“유머란 언제나 궁한 끝에 부리는 익살. 유머를 배우세요.”
“당신이 즐거운 일을 하는데 우선 다른 사람의 허락을 받아야한다면, 당신은 정말 불쌍한 바보예요.”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이야. 그의 눈을 보란 말이야!
웃을 줄을 모르는 거야! “
“우리가 당나귀가 아니라면 웃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웃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최고의 유머란 모두 자기 개인의 존재를 더 이상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하지요.”
“진지함이란 시간을 과대평가 하는 데서 생겨난다네.”
다시 봐도 맞는 말이네요. 우리는 종종 시간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나 현재나 미래는, 지금 이 순간마저도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에 불과합니다. 그것을 진짜라고 믿는 순간, 우리는 진지해지고 무거워지고 불행해집니다.
건망증 가족
할아버지; 아이고 불이야! 할멈, 119가 몇 번이야?
할머니;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범아, 119가 몇 번이냐?
아들; 어머니, 저도 갑자기 생각이 안 나요.
손자; 아이고. 진짜 다들 답답하네. 그것도 모르세요?
119 번호는요, 114에 물어보면 되잖아요?
우아한 가족
아빠와 딸이 식사를 하고 있다. 멋진 분위기에 우아한 배경음악이 나오고, 모녀는 돈가스를 먹는 중이다.
딸; 아빠, 이게 무슨 곡이에요?
아빠; 응, 돼지고기야.
쿨한 할아버지
어느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결혼하자고 말했더니 할머니가 한 살 많다고 싫다고 한다.
그때 할아버지 왈,
“그럼 내년에 합시다!”
우울한 아이
4살짜리 아이가 갑자기 화장실로 달려간다. 그리고 볼 일을 마친 아이가 외친다.
“엄마! 닦아줘.”
“네가 닦아. 이제부터는 혼자 해야 돼.”
잠시 후... 아이가 나와 풀이 죽은 소리로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그럼 이제부터 똥은 셀프야?”
잠깐 무거운 시간의 짐을 벗어버리고 웃으시라고, 적혀있는 유머 몇 개 골라봤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