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합당으로, 야당인 통일 민주당이 해체된다. 활짝 웃으며 통일 민주당 당기를 흔드는 김총재.
태인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실내 가득 모여 있다. 단상 마이크 앞에 서는 김총재가 공식적으로 통일 민주당의 해체를 선언한다. 분열된 조국을 위하고 한국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대도무문의 자세로 겸허하게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다짐.
김총재; ...구국의 차원에서 통일 민주당을 해체합니다... 이의 없습니까...
듣고 있던 태인이 벌떡 일어나며 오른손을 든다. ‘이의 없습니다’ 하며 박수를 치는 동료의원들.
태인; 이의 있습니다! 저는 반대합니다. 반대토론을 해야 합니다!
김총재; 이의가 없으므로 통과됐음을...
김총재는 힐끗 태인을 보더니 계속 선언문을 읽어 내려가고, 태인은 더욱 크게 소리를 지른다.
일어나 태인을 만류하는 동료의원들.
태인; 토론과 설득이 없는 회의가 어디 있습니까?
총재님! 역사 앞에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3당 합당은 야합입니다!
얼른 낭독을 끝내고 퇴장하는 김총재.
태인; 이것은 지역감정을 고착화시키는 반역이고 반칙입니다! 반칙은 반드시 좌절돼야 합니다!
사회자; 신당 합당을 위한 만세삼창을 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는 사람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반대토론을 계속하는 태인.
태인; 이렇게 하면 호남은 정치적으로 고립되고, 영남은 영원히 보수세력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맙니다!
역사를 후퇴시켜서는 안 됩니다. 이런 기회주의적 정치행태는 반드시 좌절되어야 합니다!
태인의 열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고 결국에는 태인 혼자 남아 소리 지른다.
태인; 우리 정치사 어디에도 이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어떤 정치지도자가 소신도 원칙도 없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상대와 야합하고 몸을 섞었습니까? 보스의 말 한마디에 떼를 지어 이 당 저 당 보따리 싸들고 돌아다니는 게 이게 정치입니까? 토론 한번 없이 전통 깊은 정당을 해산해 버리는...
태인의 말이 느려진다. 아무도 듣는 이가 없음을 알고 힘이 빠진다. 그러나 애써 말을 잇는 태인.
태인; 이런 작태가... 구국의 결단입니까? 정치, 그렇게 하지 마십시오! 그러는 게 아닙니다.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발작적으로 소리 지르고 털썩, 앉아버리는 태인.
벽에 기대어 앉아있는 태인. 태인을 비롯한 잔류파 의원 몇 명이 술에 취해 휴지처럼 널브러져 있다.
룸 안에 여기저기 신문지가 뒹굴고 있다. 3당 합당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기사들...
태인; 자...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신문을 집어던지는 태인. 다들 우울하고 침체된 분위기.
취한 눈으로 담배를 피우던 태인이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태인; 내, 이상 더 재미도 볼 수가 없고...
자기 허리띠를 푸는 태인. 허리띠를 길게 늘어뜨리더니 뱀장수 흉내를 내기 시작한다.
태인; 자아...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냐. 그렇다고 달이면 달마다 오는 것도 아냐. 기회는 딱 한번 지금 뿐야... 아주머니 아저씨 시집 못 간 아가씨 다들 이리 가까이 와 봐. 조기 눈이 말똥말똥한 애들은... 무서운 독사 보면 꿈에 나타나. 애들은 가라!
태인이 능청스럽게 놀기 시작하자 늘어져있던 동료들이 하나 둘 눈빛이 돌아온다.
태인; 자아,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니 잘 들으셔. 새벽에 일어나 삼각산에 올라가 봐. 시커먼 어둠 속에 뭔가 아가리 쩍 벌 리가 있는 거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이냐? 바로 비암이야 비암...
허리띠를 한번 쭉 훑어주는 태인.
태인; 휴게실 남자화장실서 오줌 누는 아저씨 잘 봐봐. 저 아저씨 바짓가랑이에 신발 다 젖어... 그럴 때 이거 서너 마리 푹 고아 잡숴봐! 화장실 변기 금가도 나 책임 못 져! 열댓 마리 잡숴봐. 오줌이 담장을 넘고 자갈이 튕겨져 나가! 담벼락에 쏘지 마. 담 넘어가!
흥이 돌고, 사람들이 낄낄거리기 시작한다.
태인; 돈 없어? 그럼, 싸게 줄게 한 마리만 잡숴봐. 다음날 아침 반찬이 바뀌어! 어이구 좋다!
덩실, 몸을 흔들더니 방석을 들어 등 뒤에 넣는다. 담배를 꺼내 양쪽 콧구멍에 넣고는 꾸부정하게 몸을 숙여 병신춤을 추기 시작한다. 기분 좋게 웃으며 박수를 치는 사람들. 태인의 춤 동작 위로 클론의 노래 <빙빙빙>이 시작된다.
노래(가사) 난 처음에는 알지 못했지
니가 나를 별로로 생각한다는 걸
니가 나를 좋아한 만큼
너도 나를 좋아한다고 믿어 왔었지
그러나 너를 만나고 또 만나고 만나면 만날수록
나의 기대는 조금씩 무너졌지
그냥 그저 좋은 친구 사이로 지내자는 게
그렇고 그런 뜻인 걸 알았지만
하나 둘 일어나 태인과 함께 하는 사람들. 잠시 후 모두 어울려 춤을 춘다.
노래(가사) 이렇게 내가 빙빙빙 너를 맴맴맴 도는 것이
니곁을 내가 영영영원히 겉도는 거라면
더 이상 발을 동동동 굴러 맘맘맘 상하면서
니곁을 다시 뱅뱅뱅 돌며 살진 않겠어 예예예...
구석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면서 노래 부르는 두 남자가 보인다.
춤추는 사람들과 상관없이 클론의 노래를 부르는 신해철과 윤도현.
노래(가사) 이런 것도 사랑인가 생각하면 나도 그만 웃음이 나지
나를 사랑하지 않는 너를 마냥 바라보며 사는 것도 지쳤어
너를 처음부터 알지 않았다면 이럴 필요조차 없는데
오늘도 난 너를 보며 바보처럼
조금 서글퍼진 마음으로 돌아서지
태양이 떠오른다. 벌판에서 춤을 추며 노래 부르는 신해철과 윤도현.
노래(가사) 이렇게 내가 빙빙빙 너를 맴맴맴 도는 것이
니곁을 내가 영영영원히 겉도는 거라면
더 이상 발을 동동동 굴러 맘맘맘 상하면서
니곁을 다시 뱅뱅뱅 돌며 살진 않겠어 나나나...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던 태인이 몸을 돌려 길을 간다. 저승사자가 곁을 지키고, 그 뒤로 많은 사람들이 노란 풍선을 들고 따라간다. 그 모습을 보며 노래하는 신해철.
노래(가사) 나는 딱 두 번 너를 만난 후부터 네게 그만 푹 빠졌었지만
나를 딱 두 번 만난 후부터 너는 누군가를 또 만나곤 했었지
그렇게 나를 무지하게 무시하며 무관심해도 난 어쩔 수가 없었지
너를 멀리 아주 멀리 하고 싶었지만
어느새 나는 니 곁에 서 있었지
이렇게 내가 빙빙빙 너를 맴맴맴 도는 것이
니곁을 내가 영영영원히 겉도는 거라면
더 이상 발을 동동동 굴러 맘맘맘 상하면서
니곁을 다시 뱅뱅뱅 돌며 살진 않겠어
빙빙빙 너를 맴맴맴(반복)
----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