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걷는 태인. 정희와 나란히 손잡고 사막을 걷는 태인.
나이지리아를 국빈 방문하는 태인과 정희. 여러 과정들이 스틸 컷으로 보인다.
피곤해하는 정희와 그런 정희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태인. 태인이 슬며시 정희의 손을 잡는다.
해지는 광경을 보고 있는 태인과 정희. 그 모습들 위로 두 사람의 대화가 들린다.
정희(소리); 옛날에... 생각나요? 당신 군대 제대해갖고 나한테 막 들이댔잖아. 겁도 없이...
태인(소리); 그렇지! 내가 겁이 없었지! 당신 콧대가 높았는데.
정희(소리); 가만 생각해보면, 그때가 젤로 좋았다. 내 평생 젤로 맘 편하고 행복했던 때가 그 때야.
태인(소리); 그때 당신 천사처럼 예뻤다니까. 이래 할머니 됐어도... 그래도 당신 여전히 천사다.
정희(소리); 우리, 고향으로 갑시다! 가서 옛날처럼, 그래 살자!
태인(소리); 그럴까? 가서 농사도 짓고...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로 살까?
정희(소리); 농사는 말고. 난 농사 안 할 거야.
태인(소리); 당신은 그냥 뒷짐 지고 구경만 하면 돼. 일은 내가 다 할게. 내는 머슴 하고, 당신은 마님 하고... 됐지?
정희(소리); 그 소리, 처녀 때부터 들었다... 몇십 년이야. 지금서 믿으라고?
태인(소리); 이번엔 진짜다. 한 번만 더 믿어도... 고향? 야!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기분 좋다~~~!
옛날과 많이 달라진 고향 이모저모. 그 속에 적막강산인 태인의 사저 전경.
아무도 없는 것 같던 집 근처 여기저기에 저격수들이 숨어있다. 각자 총을 겨누고 태인의 집을 노려보고 있는 저격수들.
드리워진 커튼을 살짝 젖히고 밖을 살펴보는 태인.
정희가 뒤뜰에 핀 꽃을 보고 반기며 보러 나간다. 급히 제지하고 저격수가 없는지 살피는 태인.
아무도 없는 듯하더니 슬며시 저격수들이 올라온다. 발사되는 총. 이어 꽃을 쳐다보는 정희 모습 사진 인서트. 태인에게 집중되는 새로운 정권의 압박수사 기사들...
정희가 뇌물성 자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어 태인의 고통이 크다.
무릎 꿇고 앉아있는 태인.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태인; 내가 감옥 가겠습니다. 집 식구만은 지키게 해 주십시오.
소파에 깊이 몸을 묻고 있는 현 대통령 박명. 물끄러미 태인을 보다가 혼잣말처럼 얘기를 시작한다.
박명;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건설 사장할 땐데, 갑자기 회장이 만나주질 않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난 뭐 잘못한 게 없거든? 그래도 어떡해? 그만둘 거 아니면 무릎 꿇어야지. ...지금 당신 보니까, 그 생각이 갑자기 나네. 하하하, 그 양반!
박명이 괜히 호탕하게 웃어댄다.
박명; 무조건 찾아갔지. 가서 무릎 꿇고 빌었어. 당신처럼... 잘못했다고. 책임지겠다고. 용서해 달라고. 그랬는데... 본 척도 안 해! 그냥 나가더니 안 들어오는 거야. 내가 그 양반을 모르나? 다 예상했지. 거기서 밤 새 있었어. 담날 들어와서 내가 그냥 무릎 꿇고 있는 거 보더니 그때서 한마디 하더라고. (정주영 흉내를 낸다)이 봐! 당신 그 쇼맨십... 얼마면 돼? 나한테 팔아. 내 그거만 있으면 대통령도 할 수 있겠는데. 그 말 듣자마자 내가 벌떡 일어났어.
벌떡 일어나는 박명.
박명; 딱 한마디 했어. 안 팝니다! 그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지. 그게 마지막이야...
태인에게 다가오는 박명. 잠시 쳐다보더니, 박명이 호탕하게 웃으며 태인에게 손을 내민다.
박명; 자! 일어나세요. 내가 약속했잖아.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 하나만큼은 전통을 확실히 세우겠다...
감옥? 절대 그럴 일 없을 겁니다. 자...
못 이기는 체 일어나는 태인.
태인; 저는 괜찮습니다. 감옥을 보내건, 모욕을 주건... 하지만 집사람은...
박명; 약속한다니까! 하지만 시간을 좀 줘야 돼. 털건 털어야 되니까. 내 쑈 타임인데, 당신 쇼 끝났는데... 쇼맨십, 그만 합시다!
태인; 예. ...조용히 살겠습니다.
박명; 조용히 말고, 죽은 듯이.
태인; 죽은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태인.
박명이 태인의 어깨를 토닥여준다.
죽은 듯이 고요한 사저 전경. 정적을 뚫고 백바지에 콤비 재킷을 입은 유시민이 활기차게 걸어온다.
여기저기 총구를 내미는 저격수들.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태인의 사저로 걸어 들어오는 유시민에게 저격수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진다.
집 앞 공터에서는 추모공연을 위한 무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계속해서 도착하는 사람들. 손석희. 강금실. 문성근. 이창동. 명계남. 한명숙. 이호철. 전희철. 양정철, 김경수, 문재인. 신해철. 윤도현, 김제동, 조성진, 방탄소년단... 축제가 시작된다.
태인을 추모하는 여러 플래카드들이 보인다. 사람들이 ‘권태인!’을 연호하자 잠시 후 태인이 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 묵묵히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노래를 시작하는 태인,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이다.
노래(가사)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 하는
노래를 계속하는 태인. 태인을 따르던 일행과 저승사자가 곁을 지키고 있다.
아래쪽 광장에서 추모 음악회를 하는 것이 보인다.
노래(가사)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따라온 사람들 한 명 한 명과 이별의 의식을 치르며 노래하는 태인.
손석희.. 강금실.. 문성근.. 이창동.. 명계남.. 한명숙.. 이호철.. 전희철.. 양정철.. 김경수.. 문재인.. 신해철.. 윤도현.. 김제동.. 조성진.. 허겁지겁 뛰어오는 유시민... 또 앞에서 나왔던 해변 아줌마, 지구대장, 노동자들, 국회의원들, 김총재, 박명까지 모두 태인과 작별을 한다. 그리고 평생의 동반자 정희와 깊은 포옹...
저승사자가 마지막으로 깊이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노래(가사)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 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추모 음악회에 모인 사람들을 쳐다보는 태인.
노래(가사)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부엉이 바위에 서는 태인.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공중으로 몸을 날린다.
노래(가사)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떨어져 내리는 태인과 같이 뛰어내리는 카메라.(저승사자의 시선) 점점 태인의 얼굴에 가까이 가더니 슬로 모션이 되며 결국 정지한다.
저승사자가 허공에 떠서 태인을 한 손으로 받쳐 들고 있다. 소리 지르는 태인.
태인; 야~~ 기분 좋다!!
저승사자와 함께 천천히 공중으로 부양하는 태인. 카메라가 두 사람과 함께 하늘로 가다가 더 빠르게 하늘로 올라간다. 푸른 하늘...
푸른 하늘에서 카메라가 틸트 다운하면 석양이 물든 하늘 앞으로 넓게 펼쳐진 들판.
갓 제대한 까까머리의 태인과 단발머리의 정희가 지는 해를 보며 나란히 엎드려있다.
정희는 미소를 지으며 노을을 보고 있고, 태인은 그런 정희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정희가 멋쩍어하며,
정희; 해지는 거 보자 해놓고, 노을은 안 보고 와 날 보노?
태인; 노을도 예쁘지마는, 내는 니가 더 예쁘네! 난 예쁜 거만 본다.
정희; 지랄!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하네...
태인; 진짜다! 내 말은 좀 막 해도 거짓말은 안 한다. 특히 니한테는 순수 그 자체다. 내는 니땜에 살고 니땜에 죽는다. 희야, 우리 결혼하자!
정희; 진짜 지랄한다! 우리 아직 어리다. 돈도 못 벌고.
태인; 약속은 할 수 있는 기지. 내, 니 호강시켜줄 기다. 결혼하자 우리.
정희; 치아라! 해지는 기나 봐라. 참 예쁘네...!
태인; 니가 내 태양이다. 태양신 숭배하듯이, 내는 니 숭배하고 모시면서 살기다. 돈 많이 벌어서 니 호강시켜 줄기다. 결혼하자! 니하고 한 평생 같이 살고 싶다.
정희; 알았다. 이제 고마해라.
태인; (갑자기 어조를 바꿔서, 느끼하게) 희야...
정희; 와?
태인; 너 지금 되게 이쁘다. 뽀뽀해도 되나?
정희; ...?
정희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다. 태인을 등지고 돌아누우며,
정희; 니 미쳤는갑다...
태인; 맞다. 니가 너무 좋아서 내 미쳤다... 우리 뽀뽀하자!
정희; 바보! 니는 바보다...!
태인; 아니다. 내는 바보 아니다. 똑똑하다.
정희; 그럼 뭐하노? 바본데... 이 바보야. 그런 건 말로 하면 안 되는 거야. 도둑질하듯이...
와락! 태인의 입술이 정희의 말을 막는다. 크게 눈을 떴다가 살며시 눈을 감는 정희.
황혼이 저무는 들판. 천천히 어두워지는 화면.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