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5
16.
오리들은 밤이 오면 돌멩이들처럼 서로 나무둔치처럼 외따로 떨어져 잠을 잔다. 천변에 선돌이 있거든 그것들은 풋잠에 든 오리였을 수도 있는 셈이다. 지나친 낭만을 경계하라는 현실은 네가 살아갈 방편에 대해서 강구하라 한다. 오리들은 사람들이 오가는 강가에 자신의 집과 가족을 꾸렸다. 그곳이라면 사람을 경계하는 큰 짐승들은 오지 못할 테니까. 그것이 그들의 울타리가 되고 적막한 그늘이 된다. 오리들이 먹을 수초와 다슬기들은 줄곧 새끼를 깐다. 모자를 틈 없이 여름이면 자욱해지고, 오리들은 머리를 감는다.
작은 새들은 추위가 닥치면 몸을 부풀린다. 작은 목화솜처럼 부드럽게 부푼다. 가을 내내 버들가지서 숨어 울던 녀석들이 버들잎이 추위에 떨자 억새 곁으로 옮겨갔다. 억새들은 마주 서서 겁에 질린 것처럼 강가로 넘어져간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기까지 그것들은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이제는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자정이 지나면 흐린 하늘엔 마찬가지로 흐린 별이 흐른다. 별보다 도심의 빛이 밝다. 왜인지 불을 밝힌 도장가게와 취한 사람들이 흐느적거리며 지난다. 며칠 전엔 자신이 품에 든 칼을 자랑하고 다니는 노인을 본 적이 있다. 춤을 추는 그 나이프의 이름은 나비랬다. 내심 이름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다 그런 것을 들고 다니게 되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아이다운 천진난만함과 무자비함이 아직 서려있는 것을 보니 조금 밤처럼 섬뜩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섬뜩한 밤을 지나 아침이 밝으면 부지런한 사람들이 오가고 하릴없이 그들을 지켜본다. 밤이 지나면 돌처럼 움츠린 감정들을 정돈하고 숨을 불어넣는다. 추위에 가슴이 얼지 않도록.
17.
사람들이 무엇을 하며 사는가. 그것은 한동안 나의 주제였다. 나의 머리통을 지배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적어도 그들처럼 살고 싶었다. 사람들은 드바쁘게 발걸음을 옮기고 저마다의 좌석에 앉는다. 걔 중에는 분명 바늘방석도 있겠지만 드물게 강처럼 편안한 자리도 있을 수 있다. 칼바람이 지나면서 사람들을 흩어놓을 때도 있지만 그들은 다시 응집하여 서로의 품을 부둥킬 것이다. 가슴이 떨지 않은 것은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