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진동하는 봄과 직선적인 여름의 사이.

by 나무느을보

피어난다. 무너지고 수복되기를 반복한다. 파도거품을 닮은 것들이 알알이 바닥에서 피어났다. 흰 보풀을 닮은 온기가 마디마디마다 맺혀있다. 빛줄기가 떨어지고 사람들은 서성댄다. 행처를 정해둔 이들은 이끌리듯 다다른다. 두 점을 맞닿은 최소한의 직선으로 걷는다. 약간의 호를 그리던 풀들은 불꽃처럼 일어났다가 다시금 눕고, 흙으로 돌아간다. 그 사소한 제자리반복 끝에 그것들은 고리를 벗어던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만큼 무력하고 그만큼 사소하다. 발밑에서 어그러지는 벌레처럼 혹은 빗물이 차올라 뭉그러진 수많은 개미집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물이 빠진 논이 갈라진 모습은 황량하다. 풍부한 진흙은 거북 등껍질처럼 갈라지고, 쉽게 부스러진다. 둑 너머로 사람들이 걷는다. 주말을 앞둔 무료한 아침이다. 봉오리만 맺혀 익어가던 거친 가지가 이젠 벌들을 꾀고 있다. 벌들이 반갑다. 그 진동하며 쏘다니는 소리가 경쾌하다. 연둣빛 신록 사이의 공간을 거닐고 있다. 허파 아래로 잔금이 남았다. 숨을 괴롭히는 통에 허리를 구푸리고 주변으로 시야를 흩뿌려놓았다. 빛줄기가 떨어져서 주변이 희끗했다. 물비린내가 났다.


아이들과 강아지들이 어울려 논다. 어린 생명은 아름답지 않은 것들이 드물다고 누군가가 말했었다. 까닭 없이 생동하기 시작하는 것들이 몸을 불리기 시작하면 그것은 다시금 추해지는 것일까. 여름에 벌레가 들끓는 일과는 별개로 다시금 찾아온 봄을 사랑스럽게 보고 있다면, 그저 시작을 사랑한 것이 아닐까. 행처를 정해둔 이들은 직선으로 걷는다. 발을 접질리는 일도 없다. 춤과 불꽃 그리고 봄날의 봄들만이 돌아오고 진동한다. 어쩌면 그게 모든 이들이 한때 온기를 얻었던 방편이다.

녹음2.jpg


이전 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