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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늘한여름밤 Nov 03. 2017

평생 너만 사랑할 수 있을까?

결혼 해서 바람 피우지 않고 

 너와 종종 “어디까지가 바람이라고 생각해?”라는 이야기를 나누고는 한다. 결혼은 참 이상한 제도이다.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겠다는 지키기 힘든 약속으로 시작한다. 물론 전통적인 의미에서 결혼이란 사회 구성원의 재생산과 자원의 분배에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파트너의 불륜은 이 질서를 해치는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는 재생산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우리 둘 중누군가 바람을 피워 각자의 자원을 이 가정에 쏟지 않더라도 그건 우리 생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렇다면우리 관계에서 바람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내가 참여했던 집단상담에서 대부분의 30~40대 기혼자 여성들이 살면서 한 번 이상 남편 이외의 남자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느낀적이 있다고 고백한 걸 본 적이 있다. 심지어 서울 근교의 어떤 베드타운에서는 유부녀인데 남자친구가 없으면 어딘가 문제 있는 사람 취급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일이 장기 연애 관계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생각보다 평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누군가 좋아하는 마음은 그냥 일어난다. 마치 교통사고처럼.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시작되지 않았던가? 우리는 왜 이토록 흔히 일어나고 심지어 스스로 통제할 수도 없는 일을 금기 시 하는 문화를 만든 것일까? 도대체 왜 연인 관계는이렇게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관계여서 특별하고, 또 쉽게 괴로워지는 걸까. 만약 사랑도 우정처럼 다른 사랑을 허용하는 관계였다면 우리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친구 사이는 다른 친구를 여러 명 사귀어도 괜찮은데 왜 연인 관계는 안 되는 것일까? 친구와 연인이 다르다면 무엇이 다른가? 섹스를 하는 사이라는 점? 그럼 섹스를 하지 않는다면 바람이 아닌것일까? 관계에 대한 헌신에 그 차이가 있는 것이라면 사랑 없는 섹스 파트너는 바람이 아닌 것일까? “뭐가 바람이라고 생각해?”라는 질문에 대해 너는 “스스로 바람이라고 생각하면 바람인 것”이라고 대답했고 나는 “이 관계를 끝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다른 관계가 생기는 것”이라고정의했다. 우리는 바람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른 채 (웬만하면) 바람을 피우지 말자고 약속하며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바람을 피우지않을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확답을 하지 못하겠다. 아마바람을 피우지 않게 된다면 그건 별다른 유혹이 없었기 때문이겠지. 내 마음은 열려있으나 아무도 문을두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뭐 그런 것. 혹은 다른 사람을만나기에는 너무 바쁘거나 체력이 없거나 귀찮아질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바람이 무엇인가’라고 고민하는 거 자체가 너무나 부질없는 짓이지 싶다. 나는 여초 집단에서 일하고 있고, 우연히 외간 남자를 만날 확률자체가 매우 드물다. 무슨 마성의 매력을 가진 것도 아닌데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다고 뛰어들 남자도 현실적으로 없다고 생각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마주칠 손뼉이 없다. 내가 어떤 의지를 갖고 있든 간에 이보다 더 좋은바람 예방책이 있을까. 어쩌다 보니 타의에 의해 신의를 지키며 살 확률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평생 동안 한 사람만을사랑하는 일이 과연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일까? 개인의 욕구를 한 사람이 다 채워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이란 안락한 집 안에서 모험을 꿈 꾸고, 모험을 떠나면 집을 그리워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한 개인이 한 때의 가장 갈급한 욕구를 채워주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한 욕구가 충족이 되면 우리는 충족되지 않은 다른 욕구를 향해 나아가고 싶어한다. 누군가는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하는 마음이 욕심이라고 했다. 그렇다면한 사람과 평생 사랑한다는 건 어떤 종류의 욕구는 평생 만족스럽게 충족되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걸 받아들이는 과정일 수도 있다. 이것은 체념이 아닌가?


 나는 이것을 불가능에 도전하는 일이라 부르고 싶다.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건 기본적으로가능하지 않다. 그러기에나는 미성숙하고 변덕스럽고 작은 불만족에도 크게 좌절하는 존재이다. 사랑은 우리의 남은 여생을 짊어지기에는 너무나 연약하다. 평생 너만 사랑할 수 있을까? 너와 결혼한 상태에서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오늘은 너를 사랑한다. 너와의 신의를 지키겠다는 선택을한다. 너를 사랑하겠다는 매일의 선택이 모여 나의 평생을 이룰 수 있다면 그건 기적과 같은 일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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