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그널

by 이파람

밤은

무사히 지나가는 게 아니라

스르륵 지워지는 거였다


끊긴 백열등 아래

벽지에 비친 내 얼굴도

불 꺼진 채 창백했다


서로 포개진 순간들은 맑았지만

언제나 닫힌 창이었지


부서진 그릇 조각들을

한밤중 맨손으로 주웠다

피만큼

말이 더 깊게 스며들었다

그 밤은 유독, 나를 할퀴고 지나갔다


구겨진 기억에 빗대어봤고

죽어갈 걸 알았는데

너에게 닿으려 안테나를 돌릴수록

낯선 소음만 커졌다


새벽마다

지키지 못한 말들을 세어봤다

죽은 전파를 붙잡고

나는 계속 떨리고 있었다

신호가 끊긴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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