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왠지 슬퍼

by 리리

브런치에 저장해 두고 잊고 있었던 22년 10월 12일의 기록. 2년 전에도 여전히 많은 생각들로 고민의 밤을 지새웠구만




끝나지 않을 거 같은 8월을 보내고, 달력을 한 장 넘겨 9월에 들어서고 나서야 비로소 가을임을 실감했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진 바람과 일교차를 맞이했다. 잠에서 깨 눈을 뜨면 조금 창백한 아침 햇살은 창문을 뚫고 방 안으로 퍼졌다. 어김없이 코를 훌쩍이며 간질거리는 눈을 비비지 않도록 참는 비염인의 라이프가 긴 겨울을 앞두고 시작된 것이다.


긴 방학을 보내고 9월이 시작되기 전 무언갈 이루어보겠다는 작은 다짐은 찬 공기를 타고 여름 속으로 사라졌다. 여전히 조급한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잠들기 전 악몽이 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루틴한 삶을 살아내고 평안한 밤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다급한 마음에 선택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스스로 약속했다. 무턱대고 들어선 경기장에서 90분을 채우지 못하고 제 풀에 지치는 선수가 되고 싶지 않다. 이 또한 훈련이 되겠지.


아무튼 그래서 서울상경 7년 차에 가장 여유 있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바쁜 학기나 회사 생활이 아닌, 사역과 행사로 가득했던 방학이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해 준비하고 또 준비하는 시간으로 하루를 채운다.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자소서를 뜯어고치고, 부캐 콘텐츠를 만들거나, 영화 관련 활동들을 진행하거나 기타 등등.


심심하면 카페에 가서 일을 하고, 햇살이 좋은 날에는 산책을 하면서 길가에 있는 풀과 꽃들을 감상하기도 한다. 가금 친구들을 만나서 왕창 수다를 떨거나, 별 거 아닌 일에도 킬킬 웃어버린다. 좀처럼 선연락을 하지 않는 나에게 현재까지 남아있는 친구들을 정말 감사한 존재들이다. 지친 일상에 활력이 되어준다. (럽야마이프렌드)


긴 연휴를 보내고 다시 돌아온 서울, 이제는 익숙한 우리 동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골목과 네온사인이 반겨준다. '아, 돌아왔구나, ' 명절을 보내기 전 처서가 되자 시름시름 앓았다. (여름인간이라 추위에 약하고, 여름이 지나면 시들해진다. 풋) 코를 너무 많이 풀어 귓속까지 부어버리더니 일주일 사이에 2-3kg가 빠져버렸다.


간호해 줄 사람도 없으니 스스로를 챙기는 건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아프면 괜히 서러워진다. 혼자 있을 때 아파본 사람만 안다. 하지 마 '이 정도에 지지 않지.' 되새기며 9월 초를 보냈다. 아픈 몸과 반복된 하루에 조금은 지쳐버린 9월의 시작이었다. 권태로움에 빠져 허무한 시간을 보내는 날들도 있었다. 혼자 방 안에 우두커니 앉아 눈만 껌벅껌벅. 그럼에도 꺼지지 않는 생각 스위치에 피로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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