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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 Jul 21. 2024

안녕, 열여덟 어른

자립준비청년 지원 캠페인을 준비하며

자립준비청년 지원 캠페인을 준비하며 직장 동료와 읽게 된 <안녕, 열여덟 어른>. 아름다운 재단에서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기획하고 진행한 김성식 팀장님이 쓴 책이다. 캠페인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입장에서 항상 대상자를 낙인찍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삶 속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이해하고 공감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처음 모금 캠페인을 기획할 때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게 모금이 될까?'라는 불확실함이 나 자신을 가득 채웠다. 답답했다. 무언갈 놓치고 있는 거 같은데  그거 뭔지도 모르겠고 누구에게 물어봐야 될지도 모르겠고 물어봐서 해결될 부분일지도 모르겠어서. 


현재 다니는 직장은 비교적 대표님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한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1-2개월 전, 우연히 대표님께서 모금가의 피를 가진 사람들이 잠깐 언급하셨던 게 생각나서 지나가던 대표님을 붙잡고 물어봤다. "모금가의 피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런 사람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돌아오는 답변은 간단했다. 공감. 나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의 상황에 공감하고 그들의 아픔에 같이 아파할 수 있는 사람. 진정성을 가진 사람이 모금을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보호 아동이 자라는 시설은 크게 3가지이다. 아동양육시설(보육원), 공동생활가정(그룹홈), 가정위탁(대리 양육, 친인척 위탁, 일반가정위탁). 그러다보니 조손 가정에서 생활하다 어른이 된 친구들의 경우, 자신이 자립준비청년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021년까지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500만원의 자립정학금을 지원하였으나, 이후 정부 정책 개선으로 1,000만 원 이상 지원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지자체별 예산으로 지급하다 보니 지역별 편차가 생기기도 한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부분이다. 당연해야 할 지원이 지역 격차가 있다니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 모두는 이방인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결핍 속에서 살아간다."


이 두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매순간 편견에 마주치는 자립준비청년들. 그 편견을 깨거나 걸려 넘어지거나 둘 중 하나다. 용기와 응원이라는 말 대신 대상자의 삶을 먼저 이해하는 게 최우선에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도 이러한 이슈에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우게 된다. 책 속에서는 비영리 조직이 갖는 고민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30초 정도의 짧은 광고 시간 동안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공감시킬 수 있을지,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은 소중하고 귀하지만 이를 모금이라는 목적을 위해 반복적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에 대해 말한다.


캠페인 후속 컨텐츠로 사내 직원들에게 "당신은 자립을 이루었습니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컨텐츠를 찍게 되었다. 인터뷰이를 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은 아직 부모와 살고 있어서 촬영이 어렵다, 자취를 해보지 않아서 자립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없을 거 같다 등의 답변을 받게 되었다. 진정한 자립의 의미는 그런 것에 기인한 것이 아닐텐데 자립의 의미가 좁혀지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도 여전히 자립은 어렵다.(자립의 의미도) 누군가 자립을 했는지 묻는다면 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답변하고 싶다. 어느 정도 부모와 분리되어 정서적, 경제적 자립을 이룬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회를 살아가면서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과 관계들을 대해면서 미숙하고 어리숙한 부분들이 많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이방인이다. 그리고 모두 결핍이 있다. 그러니 조금 더 서로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 비영리 조직에 관심을 갖게 된 첫 기억부터 현업에 있는 지금까지 변함없이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 되길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https://youtu.be/E8Jly_Y92q8?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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