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dy Garland의 50주기를 기리며
본 글은 영화를 해설하는 과정에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관람 후 읽으시길 권장드립니다.
참 많이도 닮았다. 스크린 속의 주디(르네 젤위거)와 실제 주디 갈란드는 옷과 머리, 제스처뿐만 아니라 살아생전 그녀를 괴롭히던 고통조차도 닮아있다. 물론 이것이 전기영화만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라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껏 많은 스타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던 여타 전기영화에 비해 유난히도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했던 이 영화는 주디 갈란드의 삶이, 그녀를 옥죄던 아픔이, '당연하다'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
많은 인터넷 포털 플랫폼에선 주디 갈란드의 데뷔작이 <피그스킨 퍼레이드>(1936)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녀는 만 두 살 때부터 자매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고 한다. 배우였던 아버지와 배우 지망생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끼를 물려받은 덕분에 춤과 노래에 능했고, 연기력 역시 뛰어났다. 크고 작은 무대와 영화에서 조연으로 활약하다 마침내 1939년 헐리웃 역사에 기록될만한 13세의 어린 나이로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를 연기한다.
문제는 주디 갈란드를 주연으로 발탁시킨 MGM의 사장 루이 B. 메이어와 수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그녀를 소위 말하는 '예쁜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갖은 악행('악행'이라는 표현도 사실 아깝다. 인간 말종들)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장시간 이뤄지는 촬영에 그녀가 힘들어할 때면 각성제를 먹이고, 촬영이 끝나면 수면제를 먹여 빨리 재운 후 다음날 다시 촬영을 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몸매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음식과 커피 한잔으로 끼니를 때우게 했으며, 식욕 저하를 위해 다량의 담배를 피우게 했다. 게다가 주연 배우가 어린 여자 아이니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었으며 촬영장에서 온갖 성희롱과 추행이 이어졌고, 영화 관계자들에게 성접대까지 요구했다. 이것은 고증을 위한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십대의 주디 갈란드가 겪어야만 했던 실제 사건이다.
영화는 루이 B. 메이어와 어린 주디의 대화로부터 시작한다. 촬영장을 돌며 "너에겐 재능이 있어", "다른 여자애들처럼 평범한 주부로 살고 싶니?", "영화를 만드는 건 나지만 그들에게 꿈을 주는 것은 너야" 등 달콤한 말로 주디를 세뇌시키는 대사가 참 불편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실제 주디 갈란드가 세상과 작고하기 전 마지막 무대였던 런던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을 더 비중 있게 조명하면서도 영화는 종종 어린 주디가 겪었던 만행들을 회상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이 장면들은 결국 주디 갈란드가 어떻게 성장했는지와 연결된다. 어른이 된 주디는 약을 먹지 않으면 쉽게 잠이 들지 못하고, 술 또한 물처럼 달고 산다. 아이들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지만 그것마저도 지각의 연속으로 관객들의 질타를 받는다.
결혼생활 역시 순탄치 않았다. 네 번의 결혼과 네 번의 이혼으로 지칠 대로 지친 그녀에게 마지막 사랑인듯한 미키(핀 위트록)가 나타나지만 연이은 사업 실패로 또 한 번의 이별을 더한다. 사실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 내내 이 영화가 조금이나마 해피 엔딩이 됐으면 작은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만큼 미키를 만나 함께하는 과정 속에 주디의 얼굴은 정말로 행복해 보였고, 그가 제안한 사업 방식은 머지않아 아이들과 같이 살 수 있을듯한 희망처럼 들렸으니 말이다.
극 중 주디의 암울한 날들과는 대조적으로 몇몇 무대는 기립과 박수갈채를 받을 만큼 잘 해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것 역시 참 잔인하다. 실제 주디 갈란드의 딸이었던 라이자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평소에 제정신이 아닌 사람 같다가도 무대에만 올라가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곤 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가진 재능을 희망 삼아 이용하는 것들이 도처에 널려있고, 괜찮아질 만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무한의 반복을 거듭하는 것 같아 참담했다.
<주디>(2019)는 과거 헐리웃의 어린 스타 양성 방식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에 대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지도,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는다.('이것이 도덕적으로 옳은가'에 대한 문제는 단연 이 영화의 개봉으로 반짝 조명된 게 아닐뿐더러 그녀가 마주한 고통은 그동안 다른 매체들에서 숱하게 고발해왔듯 이미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일 것이니 말이다.) 르네 젤위거의 뛰어난 연기를 발판 삼아 화려해 보였던 주디의 삶이 사실 얼마나 기구했는지를 다시 한번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Over the Rainbow'를 차마 다 부르지 못한 주디에게 관객이 대신해서 노래를 불러주는 엔딩 장면처럼 우리가 계속해서 그녀를 추억하고, 기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