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감독들의 숨은 이야기 (역자 백지선/컴인)
"이런 얘기는 대체 어디서 듣고 오는 거야?"
'영화음악'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 지 어언 2년 차.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나 다 알고, 잘 알려진 이야기는 듣는 이에게 "나도 알아!" 하는 공감을 자아낼 수는 있어도 큰 재미가 뒤따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재밌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가 있을까', '그동안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비하인드는 무엇이 있을까' 하며 자료를 찾는 게 일상이 된 오늘, 슬그머니 책장에서 이 녀석을 다시 꺼내어 본다.
나는 늘 이 바닥의 이야기가 세상에 조금 더 알려졌으면 싶었다. 현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영화음악 작업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건들이 많이 벌어지는데, 이런 에피소드를 정리해 다큐로만 만들어도 두어 시간 분량은 충분히 나오겠거니 하는 생각에 (내가 시간이 없지 추진력이 없나..) 가끔은 두 팔 걷고 나서서 뭐라도 제작해 볼까 하는 의욕이 불타올랐다. (심지어는 패기 넘치게도 장래희망 중 하나가 기자 겸 작가였다.)
2017년 가을, 나는 한 장의 포스터에 온 마음을 빼앗겼다. 영화음악을 소재로 한 다큐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에 업계 사람들은 술렁였고, 내가 속한 단톡방 역시 뜨거웠지만 막상 개봉을 하니 상영관이 턱없이 적어서 스케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지방에선 포스터 구경조차 힘들고 수도권에서조차도 극소수의 상영관에서만 개봉을 한터라, 해당 상영관을 굳이 찾아가는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이 영화는 나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과연 영화음악이라는 것에 얼마나 흥미를 가지고 있을지, 혹여나 관객들이 다큐멘터리 특성상 지루하게 느끼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간간이 옆을 두리번거렸는데 다행히도 끄덕이는 고개와 영화 속 음악감독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눈빛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있어서 괜스레 내가 다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심지어는 상영관도 사이드 좌석을 제외하고는 가득 찼다. 사람들이 ‘음악 영화’가 아닌 ‘영화음악’에 이렇게도 관심이 많다는 게 스스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영화음악’은 ‘영화’라는 ‘종합예술’ 안에 들어가는 부속물이다. 때문에 영화를 이야기할 때는 굳이 음악을 언급하지 않아도 좋지만 반대로 영화음악을 이야기할 때는 반드시 영화라는 주제가 동반되어야 한다. 영화음악이 어떠한 과정으로 만들어지는지, 실제로 음악감독들이 해당 영화를 작업하며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는지... 음악에 대해 무지한 일반인들이 보아도 전혀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이 영화는 영화광이라 불리는 맷 슈레이더 감독이 제작했다. 그는 CBS 다큐멘터리 PD로 에미상을 3번이나 수상했으며 영화음악에 오랜 시간 매료되어 이렇게 다큐멘터리까지 제작했다고 한다. (반갑군요. 덕후는 덕후를 알아보는 법....)
영화가 끝나고 얼마 뒤 발간된 이 책은 영화 <스코어>에 다 담지 못한 방대한 내용의 인터뷰집이다. 영화에서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음악감독들의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고 어쩔 수 없이 편집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가득하다.
책머리에 맷 슈레이더 감독은 이런 말을 남겼다.
부디 이 인터뷰들이 나에게 그랬듯
여러분에게도 자극제이자 영감의 원천이 되길 바란다.
나 역시 같은 마음이다. 영화음악감독으로서, 영화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1인 미디어로써 매 콘텐츠들을 만들 때마다 꺼내보는 빛과 소금 같은 존재인 이 책이. 영화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은 물론이고 미래에 영화음악 감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래본다.
영음소녀 네이버 포스트를 통해 2019.09.23 업로드 된 글입니다.
해당 원고를 옮기는 과정에서는, 브런치 측에서 제공하는 맞춤법 검사 툴로 오탈자만 새로이 정리했습니다.
이 원고는 제게 브런치 작가 심사를 한번에 통과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데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