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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곡과 비교하며 듣는 영화 <주디> OST

Judy Garland에게 헌사하는 세련된 추모 방식

by 플레이

지난 2월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일부 극장 상영관에서 진행된 ‘아카데미 기획전’을 통해 영화 <주디>를 보다 일찍 관람할 수 있었다. 르네 젤위거의 뛰어난 연기력과 제작진의 탁월한 연출이 만나 주디 갈란드가 살아 돌아왔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여러 외신들 사이에서 큰 화젯거리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가 실제 아티스트를 소재로 한 전기영화라는 점에서 OST 역시 많은 이들에게 숱하게 회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껏 흥행했던 타 음악영화와 전기영화와는 다르게 원 가수의 음원을 추가하지 않고, 모든 수록곡을 주연배우가 새롭게 다시 부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당초 개봉일이었던 2월 26일에서 약 한 달가량 개봉이 지연되었지만, 3월이 다 지나기 전에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영화 <주디>의 정식 개봉을 다시 한번 축하하며, 주디 갈란드가 부른 원곡과 르네 젤위거 버전으로 새롭게 탄생한 OST를 비교하며 들어보자.





*필자의 선호곡을 바탕으로, 모든 수록곡을 리뷰하지는 않았습니다.

*곡 제목과 본문 텍스트에 다수의 유튜브 링크를 첨부하였습니다.

*이 글에 등장하는 '주디'는 영화 <주디> 속 주인공을 말하며, 실제 주디 갈란드는 '주디 갈란드'라고 표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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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Release Date: September 27, 2019
Release Date: September 27, 2019
Label: Decca (UMO) (Classics)
Copyright: ℗ A Decca Records Release; 2019 Pathé Productions Limited, under exclusive licence to Universal Music Operations Limited © 2019 Pathé Productions Limited, under license in the U.S. to Republic Records, a division of UMG Recordings, Inc.
Total Length: 39:31






Be Myself


스탠다드 재즈 중 명곡들을 작곡한 미국의 아서 슈와츠(Arthur Schwartz)의 곡. 작사는 그와 많은 작업을 함께한 하워드 디에츠(Howard Dietz)가 맡았다. "I'm sure that I am old enough to fly alone", "And I'll face the unknown, I'll build a world of my own" 등의 가사는 실제 주디 갈란드가 겪어야만 했던 그녀의 씁쓸한 삶을 풍자하는 내용이다. 스크린에선 주디가 런던 콘서트 첫 무대에 올라 부르는 곡으로 원곡과 다소 큰 차이가 없는 편곡이지만, 극 중 또 한 번의 홀로서기를 앞둔 주디의 상황과는 무척이나 어울린다. 위의 영상은 1964년 CBS TV 시리즈에서 방영된 무대인데, 마이크 선을 움켜쥐는 주디 갈란드의 움직임과 무빙, 조명, 헤어스타일 등을 참고해 영화에 그대로 반영했으리라 짐작된다.







Get Happy


헤럴드 알렌(Harold Arlen) 작곡, 테드 쾰러(Ted Koehler) 작사로 1950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Summer Stock>의 수록곡이다. OST에 삽입된 버전은 샘 스미스(Sam Smith)와 함께 불러 더없이 신나고 달콤한 느낌을 선사하는 편곡이지만, 극 중에선 주디가 늦은 밤 팬의 집에서 잔잔한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른다. "Pack up your troubles and just get happy"라는 가사 첫머리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곡은 걱정을 내려두고 행복을 지향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속 억울하게 형을 살아야만 했다는 팬의 서사를 들려준 후 주디가 노래를 부르니 그에겐 하나의 위로처럼 다가왔을 터. 원곡과 영화 속 버전, 그리고 OST에 삽입된 버전까지 세 가지의 색다른 느낌을 감상할 수 있다.





The Trolly Song


1944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세인트루이스에서 만나요>의 삽입곡으로, 이듬해 진행된 제1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안타깝게 수상은 하지 못했다. 휴 마틴(Hugh Martin) 작곡, 랄프 블레인(Ralph Blane) 작사. 개봉 이후 현재까지 숱하게 회자되며 BBC 선정 "최고의 미국 영화 100선"에 자리하는 영화로 OST 역시 자연스레 흥행을 함께했다. 수록곡 모두가 큰 관심을 받았으며, 그중 "The The Trolly Song"은 주디 갈란드의 딸인 라이자 미넬리(Liza Minnelli)도 다수의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불러 더 화제가 되었다. 극 중에선 어린 시절 각성제와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나이가 들어서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주디의 모습을 교차 편집하여 하나의 몽타주로 보여주는데, 조금 더 세련되진 악기 편곡 덕분에 뮤지컬적인 요소는 적어졌지만 몽타주의 기능에는 완벽한 곡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에서 '몽타주'는 하나의 독립된 시퀀스를 말하며, 몽타주에서 영화음악은 일반적으로 뮤직비디오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Come Rain or Come Shine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레이 찰스(Ray Charles) 등 세계적으로 훌륭한 여러 아티스트들이 사랑한 스탠다드 재즈곡. 주디 갈란드가 부른 원곡은 다소 심심한 악기 편성을 보이지만, 이번 OST에 버전은 리듬이 더 또렷해지고 현악기군도 추가되어 영화적인 요소를 더하는 편곡이다. 극 중 주디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오른 무대에서 부르는 첫 곡으로, 역시 본인은 무대를 위해 타고난 스타임을 증명하는 듯 시원하게 노래를 마무리하니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Over The Rainbow


아마 주디 갈란드는 잘 몰라도, "Over The Rainbow" 한 곡만을 듣기 위해 극장을 방문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세기의 명곡이라 할 수 있는 이 곡은 주디 갈란드를 세상에 알린 작품, 1939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대표곡이다. 원곡이 도로시의 희망과 부푼 기대를 담고 있는 곡이라면, 안타깝게도 이번 버전은 슬프기 그지없다. OST 버전과 영화 속 편곡이 다르니 상영이 내리기 전 <주디>를 꼭 극장에서 보고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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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화는 3월 25일 정식 개봉하여 현재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고, 송타이틀만 포함된 앨범 역시 일찍 판매가 시작되어 국내 스트리밍 사이트와 알라딘, 교보문고 핫트랙스 등의 서점사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스코어만 담은 OST와 송타이틀만 수록된 OST가 따로 출시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 국내에서 스코어 앨범은 스트리밍만 가능하다.) 끝으로 영화를 위해 수개월간 연습으로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주디 갈란드 못지않게 뛰어난 노래 실력을 선보인 주연배우 르네 젤위거에게 경의를 표하고, 영화를 통해 이처럼 세련된 추모 방식을 보여준 제작진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영음소녀 네이버 포스트를 통해 2020. 3. 26 업로드된 글입니다.

해당 원고를 옮기는 과정에서는, 브런치 측에서 제공하는 맞춤법 검사 툴로 오탈자만 새로이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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