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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김장
김장은 추운 겨울을 함께 이겨내려는 우주적 사랑이다.
by
기쁨발전소 화부 이주환
Nov 29. 2020
사랑의 김장
푸른 하늘 마시고 자란 통통한 고랭지 배추가
맑은 물 마시고 자라 늘씬한 청정 무를 만나 한눈에 사랑에 빠졌다.
그들의 사랑을 질투하듯 온 땅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다.
혹독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랑이란 본래 위기에 더 깊어지고 강렬해지고 것.
먼저 배추가 가슴을 두 쪽으로 펼친다.
하늘이 두 쪽나도 변치 것을 약속하며
꺼썩꺼석한 소금 알갱이들을 받아들인다.
무는 피부가 벗겨진 채 숭덩숭덩 잘리더니
날카로운 채칼에 난도질당한다.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춧가루와 마늘
그리고 콤콤한 황석어 젓갈에 버무려진다.
말할 수 없는 아픔에 가슴은 찢어지고
최루가스보다 매운 양념에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오직 사랑 때문에 참고 견디어낸다.
눈보라 치는 매서운 겨울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넉넉히 겨울나기를 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배추와 무의 불타는 사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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