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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에게

국수는 변신의 귀재이다. 반죽에서 가닥으로 가닥에서 면발로 매콤한 맛까지


국수에게

국수야

살다 보면 입맛 없을 때가 있지

그럴 때마다 너를 생각한다.


가는 가닥으로 기다랗게 뽑혀서

바람에 햇살에 뽀송뽀송해지는 너


아직 더 남은 날들 살아가야 하는데

무덤에 갇힌 것처럼 무덤덤할 때가 있지


그럴 때마다 널 생각한다.


펄펄 끓는 열탕에서 나와

차가운 냉탕에 들어가서

쫄깃쫄깃해지는 너처럼

나도 변신이 필요한가 봐


국수야

살다 보면 살 맛 안 날 때가 있지

숨은 쉬지만 산소가 부족해

산소에 갇힌 것처럼 답답할 때가 있지

그럴 때마다 너를 생각한다.


잘 숙성된 고추장에 열무김치 넣고

썩썩 비벼서 먹는 감칠맛난 국수야

참깨들이 온몸이 으깨어진

한 숟갈의 참기름에 둘러서

윤기 나는 면발로 고소해진 너

네가 내 안에 들어오면

나도 너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매콤 달콤하고 맛깔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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