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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에게
국수는 변신의 귀재이다. 반죽에서 가닥으로 가닥에서 면발로 매콤한 맛까지
by
기쁨발전소 화부 이주환
Dec 20. 2020
국수에게
국수야
살다 보면 입맛 없을 때가 있지
그럴 때마다 너를 생각한다.
가는 가닥으로 기다랗게 뽑혀서
바람에 햇살에 뽀송뽀송해지는 너
아직 더 남은 날들 살아가야 하는데
무덤에 갇힌 것처럼 무덤덤할 때가 있지
그럴 때마다 널 생각한다.
펄펄 끓는 열탕에서 나와
차가운 냉탕에 들어가서
쫄깃쫄깃해지는 너처럼
나도 변신이 필요한가 봐
국수야
살다 보면 살 맛 안 날 때가 있지
숨은 쉬지만 산소가 부족해
산소에 갇힌 것처럼 답답할 때가 있지
그럴 때마다 너를 생각한다.
잘 숙성된 고추장에 열무김치 넣고
썩썩 비벼서 먹는 감칠맛난 국수야
참깨들이 온몸이 으깨어진
한 숟갈의 참기름에 둘러서
윤기 나는 면발로 고소해진 너
네가 내 안에 들어오면
나도 너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매콤 달콤하고 맛깔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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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잔치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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