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에서 낯선 세계로의 여정
프롤로그 전반전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아침식사 후 커피를 내려 마시는 루틴이 있다. 바리스타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그날의 입맛에 따라 커피를 만들어 마신다. 커피에 대한 두 가지 철칙이 있다. 첫째, 주는 대로 마신다. 둘째, 안 주면 찾아서 마신다.
커피는 기념품으로 받은 머그잔에 음미한다. 어느 날, 손잡이가 없는 동양의 찻잔에 담아보았다. 손바닥으로 감싸 잡으니 따뜻한 느낌이 전해진다. 어린 시절, 엄마의 부드럽고 따뜻한 젖을 감싸던 기억이 떠오른다. 비밀 하나, 막내였던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엄마의 젖을 만지며 잠이 들곤 했다.
동양의 찻잔을 두 손으로 잡으니 커피가 보약 같다. 커피 향기가 비강을 타고 뇌를 자극한다. 소중한 것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성배를 소유한 듯한 기분이다. 나와 잔, 커피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신비로운 경험이다. 온기가 내 안으로 퍼지고, 커피의 온도도 오래 유지되는 것 같다.
익숙한 것에서 비껴나거나 다르게 해석하면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인생도 그러한 법이다. 일상의 작은 변화는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상은 반복과 동일성에 지배받는다. 나이가 들수록 이 현상은 더욱 강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