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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핏줄이 대동맥으로

스스로 선택한 작은 불편함이 큰 사랑의 표현일 수 있다.


영등포구 도림동에 일이 있어 차를 가지고 갔다.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이다.골목길이 길고 꾸불꾸불했다.이 근처를 많이 다녔는 이런 동네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양쪽으로 주차가 되어있어 교행이 불가능했다.주차장도 없어 멀리세워두고 일을 보는동안 세 번이나 연락을 받이동주차했다.


업무를 마치고 돌아나오는데 앞쪽에 차가 나타났다. 뒤는 언덕배기였다.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앞차는 이 길을 잘아는지 옆으로 난 골목으로 피했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고마움을 품고 골목길을 내려왔다.

조금 더 내려오는데 또 다른 차가 나타났다. 웬걸 한 두대가 아니다.마침 한 대를 주차할 만한 빈 공간이 있어 바짝 옆으로 댔다. 앞에는 오토바이가 서있었다. 그 사이 내 차 옆으로 서너대가 지나갔다.다시 나오려고 기어를 넣는데 이번에는 1톤짜리 탑차가 지나가겠다고 나타났다.중국어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밖에 나가서 보니 내 차의 앞바퀴가 걸려있어 앞으로 갈수 없는 상황이었다.운전자가 빼달라고하는데 발음이 조선족이었다.


내심 불편한 심기가 살짝들었다.요즘 중국인들에 대한 비호감도 작용한 것 같았다.혐중정서가 불쑥 고슴도치놀이할때 고습도치처럼 고개를 내밀려고 했다.나는 그 감정을 망치로 한대 후려쳤다. 내가 생각을 바꾼것은 먼저 나를 위해 양보해 준 차에 대한 감사한 마음때문이 가장 컸다.그리고 저 분이 조선족이면 타향에서 고생하는 약자가 아닌 생각이 들었다. 나는 탑차가 나갈 수 있도록 후진해서 빼주었다. 그 사이 네비게이션 도착시간이 5분 연장되어있었다.


골목길을 빠져나와 큰 도로에 들어서면서 도시의 작은 골목길이 모세혈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모세혈관에 피가 잘도는 것은 사람들이 왕래하며 경제활동이 활성화되는 것을 의미한다.경부고속도로나 테헤란로같은 큰 길도 중요하지만 골목상권은 더욱 소중하다.이 곳이 잘 순환되어야 서민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어 공동체의 건강과 안전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공동체의 건강성과 처음 보았지만 골목상권이라는 실핏줄의 순환을 위해 일하는 분을 위해 5분의 시간을 투자한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꼈다. 실핏줄같은 작은 마음이 대동맥처럼 넓어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당근 밥맛이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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