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의 나무
11월의 단풍은
새벽이슬을 마시고 취했나 보다.
저리도 얼굴이 붉게 물든 것을 보면..
11월의 나무는
지나간 시간을 뿌리 속에 깊이 묻어두고
아직 더 남은 시간 동안 동토를 다져나간다.
11월의 나무는
초야의 신부인가 보다.
서서히 한 겹씩 옷을 벗어도 부끄러움 없는 걸 보면...
11월의 잎새는
성자인가 보다.
자신을 비우고 아래로 내려놓는 걸 보면..
11월의 나뭇잎은
체조선수인가 보다
난도 높게 공중돌기하다가
가볍게 착지하는 것을 보면..
아직 더 남은 가을날
그리운 그대는
찬서리를 견디는 국화처럼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 풍경이려니..
11월의 나무는
사랑의 정염에 뜨거운가 보다.
저리도 용광로처럼 타오르 것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