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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사각의 링에서 펼쳐지는 색깔 있는 공들의 제전


당구




예리 한창 끝 곧추 세우고 

네모꼴 푸른 초원에서 마주 선 기사들


딱 걸렸어 

한 큐에 끝내주마 


사각의 은하계 

붉은 태양과 하얀 보름달이 서로 부딪힌다..


당구는 지동설도 천동설도 부정한다.

큐를 든 사람이 우주의 디자이너이다.


모든 공이  중심이 되어

공전과 자전 거듭하며 궤도 돌다가 

언젠가 어디선가 멈추어 선다.


이것이 인생인 것을...


백구는 구름처럼 흐르고 적구는 태양처럼 돌다가

번호표 무시하고 내 공이 포켓 속에 들어가면 게임 아웃, 

서든 대스로 끝나는 삶이여 


동그란 충돌음  아스라이 사라지며

사각의 목관 속에 잠들어야 하리


인생은 한 방이 없지만 당구에는 한 큐가 있다.

뜻대로 안 되는 것이 뜻을 이루는 키스도 있다


당구란 길을 만드는 것

그 누구의 길도 아닌 나의 길을 만드는 것이다.

유한한 틀에서 무한으로 가는 길을 찾은 자는 행복할진저


세월의 강물 위로  저녁노을이 비낀다.


아직은 더 남은 시간

창을 예리하게 더 갈고닦자.


창끝 아닌 창날로 잘 익는 사과 깎아내어 하얀 소반에 담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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