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도 소고기처럼 등급이 있다. 고슴도치의 비밀은 특급이다.
특급 비밀
코끼리는 모를 거야
개미가 화났을 때 내뿜는 주먹의 위력을
고래는 모를 거야
송사리가 산책할 때 갈라지는 물살의 파동을
독수리는 모를 거야
박쥐가 물구나무서서 하는 깊은 생각들을
성게는 모를 거야
고슴도치의 희고 보드라운 앞가슴을
비밀인데
아가 고슴도치의 젖을 먹어야 하거든
<사족>
나는 성게에게 연한 속살을 보이 주려고 바다 향해 파 들어가다
땅속에서 길을 잃어 지구 반대쪽으로 뚫고 나온 고슴도치 한 녀석을 안다.
그 후 녀석은 잠수훈련 마치고 성게 마을에서 같이 산다.
고슴도치도 물질만 잘 훈련받으면 성게처럼 바닷속에서 살 수 있다.
오늘도 깊고 푸른 바다에서 자맥질도 하고 성게들을 위해 땅굴도 파주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불편한 것이 있다고 한다.
성게들의 인사는 놀랍게도 서로 포옹하며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하는 것인데
고슴도치는 희고 부드러운 가슴 때문에 인사나누기가 껄끄러워 그냥 눈인사만 한다고 한다.
요즘에는 성게들에게 땅 파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한다.
앞으로는 발 밑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성게들이 판 구멍에서 바닷물이 펑펑 솟구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