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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예찬

바닷속 예술가, 반건조 상태에서는 영양간식, 미라 상태도 피로회복제


오징어 예찬




뼈대 없는 가문 출신이면서 약속은 꼭 지키는 너

너와 한 번 꼭꼭 손가락 걸면 절대 떨어지지 않거든


나는 네가 부러워

날개로 없는데 물로켓 추진력으로 하늘도 난다면서


유튜브 보니 넓고 푸는 바다를 유유히 누비다가 

공중으로 튀어올라 비행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더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너의 본명의 오적어

자산어보에 '까마귀 잡아먹는 물고기'라고 기록되었거든


너는 가끔 꼴 보기 싫은 녀석이 괴롭힐 때 먹물 뿌리기도 하는데

사실은 그것도 행위예술이라고 하던데

매년 열리는 바닷속 갤러리의 수묵화 분야는 너를 넘볼자가 없다더라


널따란 귀는 물고기와 해초들의 하소연 다 들어주고

꼴뚜기가 어물전 망신시킬 때도 좋은 말로 달랜다는 소문 듣고 있다.


너는 미라가 되어 연탄불에 온 몸이 뒤틀리면서도 

피곤한 이들에게 온몸 찢어가며  타우린 공급하는 거룩한 제물이야


사는 것이 쓴 맛인 사람들이 너를 씹으면서 

잠시나마 쫄깃한 달콤함을 맛보게 해 주니 고맙구나


바닷속 예술가

바다 밖 친구여

 

미끈한 너의 몸매로 반짝이며 하늘로 튀어 오르면

나도 날개를 달고 함께 높이 날아오르고 싶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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