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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의 유언

짧고 굵은 사랑을 불태우고 떠나는 연탄의 마지막 남기는 말


연탄의 유언

   

  

태곳적 푸르고 울창하던 나무의 육신이

빛줄기 하나 없는 지하 감방에서 검은 수의를 입은 채 출소했다.


오직 하루를 살기 위한 초라한 부활.


오랜 시간 뜨겁게 불타오르기 사모했기에

아무 미련 없이 화덕에 영혼을 던져 넣는다.


밑바닥부터 열아홉 숨구멍으로 열기가 올라온다.

불길이 타오르며 전신이 뜨거워진다.


밑불은 마지막 남은 열정까지 윗불에게 전하고 서서히 식어간다.

윗불은 밑불을 차마 보낼 수 없어 떨어질 줄 모른다.


하룻밤의 불타는 사랑

더 이상 바랄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


사랑이란 먼저 타올라 연소되고

누군가의 심장에 불을 붙이는 것.

사랑하지 않으려면 밥도 먹지 마라


체온이 식어가는 너에게 마지막 할 말은 없는가 묻는다.


"영원한 어둠의 세계에서 나온 것 만으로 충분해요"


"저를 감싸준 화덕 그리고 생기를 불어넣어준 바람구멍에게

감사해요"


""사랑하는 당신의 아름 목을 따뜻하게 덥힐 수 있어

너무 행복했어요"


싸늘하게 식은 너의 육신

하얀 유골만 남기고 눈을 감는다.


한 줌의 재로 변한 유분을 

네가 태어난 깊은 산속에 뿌리며 상념에 젖는다.


네가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어두움이 빛이 될 때까지

추운 세상이 따뜻해질 때까지

불꽃처럼 타오르라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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