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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야채가게

야채도 살신성인한다. (살)아가렴 (신)처럼 (성) 자처럼 (인) 생들아


희망의 야채가게 






배추는 뻣뻣한 목의 힘이 빠져야

겨우내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기에

가슴 쪼개고 단단한 왕소금 받아들이다.


굵직한 무는 어깨 힘이 들어가는 깍두기의 길 접고 

단두대 같은 채칼에 기꺼이 난도질당한다.

아담하고 통통한 몸뚱이가 썰릴 때마다

근육과 살갗이 찢어지는 아픔을 감내한다 


평소에 한 번도 눈 길 준 적이 없는 

온갖 양념젓갈과 섞이기 위함이다. 

      

자존심이 강한 고추는  

전신이 바수어지는 아픔 가운데 붉은 피를 수혈한다 


마늘도 껍질이 벗겨진 채 미끈한 피부가 으깨어지고 

생강은 칼날에 긁힘을 당하고 짜이는 고강도 통증을 참아낸다


싱싱한 오이도 

날카로운 칼날에 열십자로 잘려야 시원한 소백이로 거듭난다    

 

세상의 모든 야채들 당근, 호박, 가지, 양파, 감자, 피망...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가지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희망의 야채가게에서 나는 

노지에서 자란 한 단의 푸르른 시금치가 되련다.


배달의 후손들이 한 입에 털어 넣고

뽀빠이처럼 악당 부루투스를 한 주먹에 날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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