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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일

가을은 일꾼이다. 가을이 일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굷어죽을 것이다.

가을은 빨간 맆스틱 옅게 바르고 여행 준비한다. 

여름날 햇빛에 파란 이파리들이 노릇노릇 구워진다.


가을은 알록달록 채색옷으로 곱게 단장하고 떠날 채비를 한다.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거리는 것은 작별의 손을 흔드는 것이다.

낙엽들이 구르며내는 바스락 소리는 잘 가라는 작별인사이다. 


나무는 여행짐을 가볍게 하기 위해 튼실한 열매들을  한 알 두 알 떨어뜨린다.

나무의 몸과 마음이 한결 홀가분하다. 바람처럼 가볍다.

아직은 따뜻한 구름의 손을 잡고 새로운 계절 속으로 한걸음씩 걷는다. 


가을이 붉은 이유는 여름내내 자신의 가슴을 물들였던 태양과의 불타는 사랑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뜨거운 정염이 화인(火印)으로 찍힌 등짝을 보이며 떠나는 가을의 뒷 모습에 얼마나 장엄한가


그 뒷모습에 만추의 노을빛이 어른거린다. 


가을산이 불붙는 이유는 당신을 향한 사랑이 아직도 활화산의 용암처럼 솟구쳐 흐르기 때문이다. 가을의 일은 시간의 오솔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땅거미진 해거름 너머 붉은 피를 뚝뚝 흘리며 가는 것이다. 


가을은 얼지않는 아니 얼 수없는 진한 핏빛 하늘강을 건넌다.

춥고 어두운 밤 지나야 새롭고 찬란한 세상이 드러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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