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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가을에는 그냥 걷자. 단풍잎 양탄자가 깔린 오솔길이 아닐지라도

가을나무의 탐스런 열매는 나무의 믿음의 소산이다. 

죽을때까지 아니 죽고나서도 한번도 자리를 옮기지 않는 우직함과 

자신을 보듬은 대지와 생사고락을 함께하려는 뿌리깊은 믿음의 결과이다. 


가을나무에 달린 열매는 사랑의 결실이다. 

바람의 손길와 빗줄기와의 스킨쉽 햇살의 따스한 입맞춤 

그리고 밀실에서 흙과 농밀하게 나눈 깊은 사랑의 열매이다. 


오늘도 우리가  맛있는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을 덮어주는 흙에 모든것을 맡기는 믿음좋은 나무덕분이다. 


단풍잎이 빨갛게 채색되는 것은 불타오른 사랑의 증표이다. 

은행나무 잎새가 노랗게 물드는 것은 참나무에 나부끼는 노란리본처럼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이 변치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가을 당신에게 한 편의 시를 쓰는 것은  

흙을 떠난 나무가 살 수 있을지 몰라도 

물을 떠난 물고기가 살 수있을지 몰라도 

나는 당신 떠나서 도저히 살 수 없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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