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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살아가는 법

인생이 무미건조한가? 매일 밥과 된장을 먹으면서도 그러하다면 기적이다.


         맛있게 살아가는 법   

  

사는 게 덤덤하거든 초절임 육쪽마늘장아찌 한 알 물고 지내봐 

날마다 시고 맵고 달고 짜고 쓴 맛까지 느끼며 살 수 있을 거야 


일상이 무미건조하거든 올리브유 둘러서 한 번 데쳐봐 

뜨거운 열정 깨처럼 볶으면 통통 튀며 살 수 있을 거야 


매일 식탁에 올라오는 밥알들 도정할 때

그들의 껍질 벗기는 아픔 아는지 묻고 싶네


볍씨 한 톨이 알곡이 되기까지 홀딱 벗거져는 고통이 

우리를 살린다는 것쯤 알아야 밥 값하며 살 수 있을 거야 


그래서 세월이 지나 숟가락 놓았을 때 

평생 힘이 되어준 밥에게 감사의 표시로 

무덤을 밥공기처럼 동그랗게 만드는 거야


밥은 강한 맛을 만나면 순하게 만들고

순한 맛을 만났을 때 강한 맛이 된다네

 

스스로 맛을 잃음으로 맛 낼 줄 아는 밥을 

매일 먹으면서 맛없게 산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야 


사는 게 서걱서걱하거든 된장찌개 한 번 끓여 먹어봐 


단단한 콩알이 가마솥에서 쪄지고 바싹 으깨어졌다가 

처마 끝에 서리 맞으며 매달려야 한 덩이 메주가 된다네

 

아궁이에 뜨건 장작불 지피고 뚝배기에 풀어서 

한 참을 팔팔 끓어야 한 그릇의 된장찌개가 되지 


누군가의 속을 시원케 하려면 

불 속을 여러 번 통과해야 한다네 


그래야 된장처럼 맛있고 구수하고 영양가 있게 살게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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