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토실토실한 아기고양이
2017년 6월 30일.
못난이 둘째 고양이의 생일이다.
한 살이 된 고양이는 여전히 폴짝 폴짝 뛰어다니며
6개월 연상의 누나를 따라다닌다.
이녀석은 높이 올라가지 않는다.
40cm만 되어도 올라가기 어려워하며 도움닫기를 필요로 한다.
반면 누나인 나미는 70cm 높이도 폴짝폴짝 잘도 올라간다.
나미의 점프력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많다.
처음 고양이를 맡게 된 나는 어린 고양이가 자유롭게 여러 높이를 경험하다는 것이 좋다고 들었다.
첫째 나미에게는 간식을 미끼로 하여 다양한 높이뛰어오르기 조기교육을 시켰다.
싱크대 위나 식탁 위까지 올라가지 못하던 고양이는 한 번의 점프로 70cm를 뛰어오를 수 있게 점프력이 향상되었다.
그리고 싱크대에서 도움닫기를 해서 냉장고 위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세상에 고양이로부터 안전했던 모든 곳들은, 더이상 안전하지 않은 곳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벽에 도움닫기를 해서 에어컨 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고양이들이 전부 잘 뛰어오르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제르는 그렇지 않았다.
10cm 높이에도 두려워하며 한참이나 머뭇거리다가 뛰어오르곤 한다.
70cm 싱크대는 엄두도 못 낸다.
아직 어려서 그렇겠거니 했는데,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다.
왜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지는 모른다.
간식과 반복된 훈련을 통해 30cm > 40cm 높이를 거쳐 이제는 싱크대까지 오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냉장고 위에는 올라가지 못한다.)
그 결과, 나미가 도망가서 높은 곳으로 폴짝 가버리면 제르는 쫓지 못하고
정말이지 닭 쫓는 개처럼 바닥에서 처량한 얼굴로 올려다본다.
어쩌면 저렇게, 사랑스러운지.
오늘도 고양이들 때문에 한참 웃었다.
이라하는 저스툰에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를 연재하는 만화가입니다. 5월 31일 단행본 1권이 발매되었습니다.
고양이다! 매거진은 이라하, 세모입, 최은경 세 명이 함께 하는 고양이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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