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와 같은 높이를 보지 않는다
평소 우리 집 고양이들은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하지만 새 낚싯대가 등장한다면...?
새로 온 무지갯빛 리본을 흔들며 방울 딸랑 소리를 내자 고양이 두 마리가,
마치 피리 부는 남자를 따르는 쥐처럼 살랑살랑 딸려온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며 리본 끝을 잡으려고 팔짝팔짝 뛰어오르는 걸 보면,
갑자기 흔드는 것을 멈추고 고양이를 안아버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지금 안으면 안 되는 것이다.
사냥 놀이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데 찬물을 확 뿌려버리는 격이다.
내가 너를 진정 사랑한다면
네가 원하는 행동을 네가 원하는 방식대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기적인 인간이고
지금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폴짝폴짝 뛰어오르는 네가 너무 귀여워서
낚싯대를 멈추고 그대로 너를 번쩍 안아올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 너는 항의하듯 빽 소리를 내어 울고
내 품에서 뛰어내려서
저 멀리 낚싯대를 향해서 달려가 버린다.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올라가
나를 내려다본다.
아이고, 귀여운 것.
내가 너 때문에 산다.
이라하는 저스툰에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를 연재하는 만화가입니다. 5월 31일 단행본 1권이 발매되었습니다.
고양이다! 매거진은 이라하, 세모입, 최은경 세 명이 함께 하는 고양이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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