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한 토막
둘째 회색 털뭉치 고양이가 첫째의 영역에 쳐들어왔다.
이 첫째의 <영역> 은 2층 침대의 2층이다.
갓 이사왔을 즈음,
고양이에게는 높낮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캣타워를 추천받았지만...
'고양이가 캣타워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는 중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인간이 사용가능한 2층 침대를 들였다.
캣타워는 고양이가 안 쓰면 내가 못 쓰지만
침대는 고양이가 안 쓰면 내가 쓸 수 있으니까.... 라는 이유.
사다리는 고양이가 좋아하는 면 로프로 감아주었다.
다행히 고양이는 2층 침대를 잘 사용하고 있다.
한쪽 구석을 자기 자리로 잡고서 매일 그곳에서 자고, 낮잠도 자고, 털고르기도 한다.
(인간이 올라오면 인상을 찌푸린다. 여기 내 자리야, 왜 왔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둘째 고양이가 왔을 때,
둘째 고양이도 이곳을 사용하리라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둘째는 다리의 근력이 부족해 이층 침대의 사다리를 올라가지 못했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며 이층 침대에 올라갈 수 있게 되었을 무렵엔....
둘째 고양이가 올라오면 첫째 고양이가 코를 톡 쳐서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래서 둘째 고양이는 침대에 올라가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그러한 역사가 있는 이곳에!!
둘째 고양이가 침입한 것이다.
퍽
퍽
퍽
장렬하게 달려들었다가 한 대 맞고 나자빠졌다.
그리고 침대 아래 쪽 책상 위 모니터 앞에 와서 드러누웠다.
내가 웃으며 바라보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를 빤히 보며 앵- 하고 운다.
첫째 고양이는 침대 난간에 턱을 얹고 고고하게 내려다본다.
아이고... 고양이들아.
이 털뭉치들아.
이라하는 저스툰에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를 연재하는 만화가입니다. 5월 31일 단행본 1권이 발매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