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앞에는 모래가 산다
고양이를 처음 들이게 되었을 때,
이미 고양이를 키우고 있던 지인 - 박양이 내게 경고했다.
“털이 많이 빠져요.”
“꼼꼼이 제거하면 되지 않을까요?”
“상상할 수 없는 그 이상으로 빠져요.”
“...털과 함께 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고양이와, 고양이의 털과 함께 사는 삶을 시작했다.
첫째 나미는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처음에는 민수가 키우던 고양이였는데,
그가 천식이 생기면서 내가 맡게 되었다.
처음 왔을 때부터 건강하지 않고 탈이 자주 나고 입맛이 까다롭던 고양이는 다행히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다.
(입맛은 여전히 까다롭다.)
꼭 나미고양이 있던 곳에 와서 자기 냄새를 묻혀놓고 가는, 둘째 제르고양.
오늘도 높은 곳에 있는 나미고양을 올려다보며 애앵- 애앵- 하고 운다.
이 고양이들이 고양이일뿐 아니라 털뭉치이기도 하다는 것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나는 이 사랑스러운 작은 생물체들이 털을 뿜뿜한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모래를 바닥에 흩뿌리고 다닌다는 사실은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원목 화장실 앞의 제르고양.
바닥에 모래를 너무나 많이 흩뿌려두어서 마치 바닥이 화장실인 것 같다...
아침마다 빗자루로 한 번 쓸고,
전동 청소기로 모래를 빨아들여도 그때 뿐이다.
곧 사랑스러운 네 다리 생물이 젤리 발바닥에 모래를 묻혀서 바닥에 뿌려놓는다.
묻어라, 모래!!
....사랑스러우니까 용서한다.
이라하는 저스툰에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연재하는 만화가입니다. 지난 2018년 5월 31일 단행본 1권이 발매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