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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고양이다

고양이의 배를 가른다.

중성화 수술.

by 이라하

"배 갈랐다가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해."

중성화 수술을 미뤘다.


1년 8개월이 되었는데도 2kg밖에 되지 않는 나미고양.

체구가 작고 입맛이 까탈스럽고 성격이 좋다.


1년 반만에 최초로 하품하는 사진을 찍는 데에 성공했다.

다시 하품.

하품이 끝나고 다시 빨래를 감싸안듯이.

오늘도 말린 빨래엔 털이 묻는다.



빨래 건조대 위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누운 사진을 찍으려다가 하품 사진을 찍는 것에 성공했으니 소 뒷발로 개구리 잡은 격이다.


다시 중성화 수술 이야기를 하자면.


혹여 수술실에 들어갔다가 깨어나지 못할까봐 무서웠다.

(아주 드물지만 가끔 있다. 마취약에 알러지가 있을 수도 있고. 심장이 약할 수도 있고.)


하지만 날이 더워지면서 아기는 한 달에도 두 번, 세 번씩 발정을 겪었다.



뒹굴고 울고 뒹굴고 운다.

애처롭기 그지없는 높은 음으로 끝없이.


다행히 집안의 방음이 잘 되어 이웃이 불편을 호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고양이가 겪는 스트레스 레벨이 점점 더 올라가고 있었다.

내 스트레스 레벨도 같이 올라갔다.


나미고양이 병원을 가게 되면서,



고환이 하나뿐인 둘째 제르고양도 같이 병원을 찾게 되었다.


9개월이 되었고 체중은 3kg,

성적으로 성숙했고 발정 증상이 거의 없는 수컷 고양이다.

(고환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했다.)


상담한 후에

나미고양은 자궁을 제거하는 개복수술을,

제르고양은 잠복고환을 제거하는 개복수술을 받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무서웠다.

회사에 출근하는 날이라 남동생과 어머니가 고양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갔다.


수의사님은 불안에 가득찬 나에게 직접 전화를 하여 나를 진정시켜 주었다.


이천 년처럼 느껴지는 두 시간이 지나고 남동생이 다시 전화를 했다.


"누나, 수술 잘 됐대."

"고양이들은?"

"아직 이동장 안에 들어 있는데, 자고 있어."


잠든 사이에 다시 깨어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 새록새록 샘솟았다.


"제르가 토했어."

"뭘?"

"빈 속인가봐. 위액 같은 거?"


불안은 파도처럼 흘러와서 다시 흘러갔다.



흔한 수술이라고 해서 괜찮은 것이 아니다.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날까봐.

무서움이 나를 휘감았다.



이라하는 저스툰에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연재하고 있는 만화가입니다. 고양이 둘,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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