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화 수술 그 이후
고환이 하나밖에 없던 둘째 제르.
발정이 와서 누나에게 덤벼들었지만 계속 냥펀치를 맞고 쫓겨났다.
잘못된 자세로 누나를 붙잡고 온몸을 비비기도 했다.
무사히 수술이 끝난 후,
동생이 사진을 보내주었다.
나미의 자궁과 난소,
그리고 제르의 잠복 고환.
잠복 고환은 복강 내, 골반의 미묘한 곳에 끼어 있었다고 한다.
아주 좋지 않은 곳이었고 수술 시간도 오래 걸렸다고.
수술 부위가 잘 아무는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전후 비교를 위해 사진을 찍었다.
배 부분이 덜렁 털이 깎인 제르고양.
흉터가 생겼다.
역시 배 부분이 깎인 나미고양.
제르보다 흉터가 더 작다.
수술이 끝나고 레깅스로 만든 환묘복을 입은 나미는 불편해 했다.
어기적거리면서도 이리 폴짝 저기 폴짝 뛰어다녔다.
나미는 조그마한 상체를 이리저리 빼내어 레깅스 환묘복을 팬티처럼 만들었다.
팬티 입은 고양이...
꼬리를 치켜세우고 다니는 것을 보면 그래도 기분이 좋은가 보다 할 뿐이다.
제르고양이는 환묘복을 대단히 답답해 했지만 나미고양처럼 몸을 빼낼 재주가 없었다.
등 부분을 확 터 주었다.
불편한 옷을 입은 제르고양은 12시간 정도 더, 죽은 듯이 잤다.
살아 있나 싶어 코밑에 걱정스레 손가락을 대보면 조그마한 코를 꿈틀거리며 게슴츠레 눈을 떴다.
다행이다, 괜찮아서.
나미고양은 상대적으로 말짱하게 이리 저리 잘도 돌아다년
수술 후에는 복압이 높아질만한 행동을 삼가게 하라고 한다.
높이 뛰어오르지 못하게 하라고.
그래서 높이 뛰어오를 수 있을 만한 물건을 치운다고 치웠는데...
...
문을 치울 수는 없으니...
한편, 등을 한껏 터 주었더니
제르고양도 몸을 꿈틀꿈틀 움직여 레깅스를 팬티로 변화시켜버렸다.
한 마리의 냥모나이트가 되어 계속해서 잤다.
중간 중간 좋아하던 먹을 것을 코앞에 갖다대주면, 할짝 하고 다시 잔다.
나찌앤네뽀 스크래쳐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계속해서.
사흘 가까이 자고 나서야 조금씩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좀 걱정을 덜었다.
이라하는 저스툰에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라는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만화가입니다. 고양이 두 마리와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31일 단행본이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