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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고양이다

나는 관종이야!

세상 모두 나를 봐달라고.

by 이라하

작업을 하다가 잠시 일어나서 기지개를 켠다 보면 고양이 1이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말똥말똥 바라본다.


“나랑 놀아 줘.”


“나에게 관심을 가져라, 인간.”


당당하게 고양이는 관심을 요구한다.



고양이 1과 놀아주고 나면,

고양이 2가 올라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젠 나와 놀아라, 인간!”


저 남색 젤 마우스 패드는 내 손목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인데,

고양이들이 매우 좋아한다.


베개로 주로 쓴다.


그렇게 둘이 순서 있게(?) 올라오는 곳이 바로 내 작업용 책상인데...


오늘은 좀 달랐다.


고양이 1이 먼저 차지한 자리였다.



거기에 고양이 2가 불쑥 등장했다.


“자, 나를 봐.”


“내가 이 세상의 고양이로소이다.”


누나를 그대로 가려 버리고,

뻔뻔하게 나를 바라본다.



마치 누나를 가리는 게 의도가 아니었다는 양,

나를 외면하며 모니터를 한 번 보고.



갑자기 얼굴이 가려진 나미도 나를 한 번 보고.

회색 털뭉치 제르는 놀이를 요구하며 내 앞에서 얼굴을 빳빳이 쳐든다.


그리고 갑자기 둘이 투닥투닥 우다다를 시작하더라.


;


이 녀석들, 머릿속에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이라하는 저스툰에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만화가입니다.
지난 5월 31일 첫 단행본이 나왔습니다.
고양이 두 마리와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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