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초심.
그림을 배우기로 했다.
혼자서 어떻게든 해본다고 책 몇십 권을 샀다.
몇 페이지를 따라 그렸다.
그림이 분명히, 늘긴 늘었다. 아주 천천히.
일천 킬로짜리 돌덩이를 0.01밀리리터 옮겨놓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부터 새로 레슨을 받기로 했다.
이번에 받는 디지털 레슨은 수작업을 기반으로 한 공정이다.
한 그림을 아주 깊이 들이판다고 한다.
내가 제일 못하는, 그런 방식.
그래서 나는 절대 못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161004 구 1번.
부터 4번까지.
처음에 다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엄청나게 엉성하다.
한 톤 더 깊이 하라는 조언을 받았는데,
어디서부터 손대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아예 명암의 깊이 자체를 잘 못 잡고 있다는 점이 보인다.
잘 모르니까 생각하지 않고 손만 움직이는 것.
아직 갈길이 멀다.
그래도 어느 방향으로 갈지, 조금씩 보인다.
누군가 알려준다는 점이 이토록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는 채 혼자 부딪혀서 깨지고 무뎌지며 익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