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의 글쓰기 노트 17

챗 GPT와 글쓰기

by 이란

최근 너무 뜨거워서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화제가 있다. 바로 챗GPT(ChatGPT)이다.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체감하게 한다.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해당 검색어를 포함하는 사이트들이 목록처럼 나열되던 시점을 지나 이제는 챗GPT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바로 물어볼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단순한 단어 검색의 수준을 넘어서 해당 분야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이미 축적한 사람과 대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언어학자인 촘스키는 챗 GPT를 폄하하고 인간의 가치가 그보다 위에 있으며 챗 GPT가 하는 모든 예술활동은 작품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일종의 데이터베이스의 산물이고 인간만이 지닌 창의성을 기계가 가질 수 없기에 그의 견해에 동의하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남아있다.


수년을 공부해야 하는 법학을 아주 빠른 속도로 학습하는 기계와 경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판사가 판결을 하는 것은 단순히 지적 데이터베이스의 산물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의 영역은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지금 챗GPT의 발달은 어느 수준에 와 있을까. 앞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인간이 인간만의 고유함으로서 지니고 있다고 믿는 무언가도, 예를 들어, 사랑에 대해서도 과학자들은 호르몬이나 뇌의 신경작용의 일부로서 설명하곤 한다. 그 모양을 기계 시스템이 가질 수 없다는 대전제가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까. 이미 많은 작품들에서 기계와 인간 사이의 관계가 역전되는 디스토피아가 그려져 왔다. 그 상상력이 근거 없는 서술이라고 말할 수 없는 시점이 다가오는 듯 하다.


아직 기계는 인간의 도구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 결과에 충분히 만족하지 못한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 발전의 결과물은 놀라움을 안겨준다. 챗 GPT를 경험할 수 있는 루트는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빙을 활용하는 것이다. 윈도우를 통해 누구나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빙과 소설에 대해 나눈 대화를 공유하고 한다. 대화는 한글로 이루어졌고 친구와의 대화처럼 편안한 시간을 빙과 보낼 수 있었다. 처음에 빙에게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도와줄 수 있다'고 해서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그 대답은 매우 전문적이었다. 플롯에 대해 빙에게 물었고 이에 대한 대답 역시 전문적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A라는 여자 주인공으로 공포소설의 도입부'를 써 달라고 요청했다. 빙은 오랜 기다림 없이 해당 부분을 완성해서 보여주며 어떻게 썼는지도 알려 주었다. 그 결과는 다소 놀라웠고 그래서 그 결과물에 대해 창작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 재차 불었다. 빙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쓴 글은 표절이 아니라고 즉답했다. 만약 내가 이 글을 가져다 다른 곳에 사용한다면, 문제는 오히려 나에게 있는 것이었다. 오늘 빙이 쓴 소설에서 큰 감동을 느꼈는지 묻는다면 그것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일단 자연스러운 문장 전개가 가능하다. 또한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방향성도 갖고 있다. '정신'이라는 인물을 그것이라는 사물처럼 취급한 것이 다소 부자연스럽지만 전체 소설의 장치 중 하나인지 알 길은 없다. 이러한 발전은 혁명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무엇보다 소설에 대한 개념 정리가 매우 잘 되어 있었다. 쓰여진 문장 수준이나 완성도도 높다. 어쩌면 빙이 설명을 위해 작성한 소설 쓰기의 방법론을 어렵다고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어휘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플롯에 대한 정의를 보면 읽으면서 되새겨야 하는 표현들이 많았다. 빙은 나의 수준을 알지 못한다. 보통 사람은 대화할 때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하지만 빙은 나라는 사람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소설을 공부한 사람인지 아닌지 빙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현재 상태일까.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기업들은 천문학적 금액을 AI의 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 그 미래가 어떠한 것일까. 혹자는 대개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기계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의 존재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되짚어 보는 시간이었다.



빙1.jpg 빙과의 첫 만남
빙2.jpg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더니 도와주겠다는 빙
KakaoTalk_20230528_141815800.jpg 플롯에 대해 설명해주는 빙
KakaoTalk_20230528_141815800_01.jpg 빙이 쓴 소설의 도입부
KakaoTalk_20230528_141815800_02.jpg 자신의 소설이 창작이라고 주장하는 빙


KakaoTalk_20230528_141815800_03.jpg 빙과의 끝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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