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랑 Jul 18. 2019

"누구와 함께하는 것이 뭐가 중요해"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을 반영한다

우리조금씩 달라졌다. 고 느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는 원래 달랐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중학교 시절 처음 만나 무리를 지어 다니며 친구라는 이름으로 이기 위해 누군가는 개인의 성향을 숨기고 그저 그 무리의 일원으로 지냈다.(어쩌면 대부분은 자신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몰랐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며 우리는 다양한 사회적 공간에 소속되어 살아갔고 그러면서 삶에 대한, 일에 대한, 연애에 대한 각자의 기준을 가지게 되. 어느 날 만난 우리는 '근황 토크' 속에서 각자의 그것을 표현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입기도, 입히기도 했다.


그렇게 가장 가깝고 깊은 친구들과의 우정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리는 그 미묘한 감정을 서로 느꼈고, 우리가 우리를 너무나 아끼고 좋아했던 만큼 우리는 서로 열심히 모르는 척을 하며 애매하고도 힘든 관계를 맺고 있었다.


무리 중 한 명의 친구의 결혼을 앞두고, 우리는 여느 때처럼 우리들끼리의 축가를 준비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친구의 부재를 아쉬워하며, 선곡을 하고 어렵게 시간 내 모여 연습을 하고.


어릴 적 우리는 한 가지 약속을 했었다. 

서로 결혼할 때 우리끼리 축가를 해주기로 그래서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켜왔고 우린 두 명의 친구에게 부족하지만 예쁜 마음으로 축가를 선물했다.


그런데, 해외에 나가 있는 친구가 한국에 들어온 소식도 전하지 않고, 다른 중학교 동창 남자 친구와 엣을 하게 되었(?) 다는 말을 건넸고, 우리는 단체 어이없음에 빠졌다.

순간 무척 고민했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별일 아닌 양 이야길 했기에 거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가 오히려 이상한 건가 싶어 말을 해도 되나 싶었지만, 이건 말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서운함 중 하나였다.('자주 서운한 사람' 글 참고)


이에 돌아온 말은 그 친구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누구와 함께 하는 것이 뭐가 중요해 그냥 축하해주면 되지"


그 답변을 시작으로 혹여나 이 사건으로 팽팽하던 연이 끊어질까 조바심 내며 애매한 겉돌기식 대화들이 이어졌고 그 대화는 맥없이 마무리되었다.


친구는 언젠가부터 우리들과의 만남에서 불편함을 토로했다. 구체적 이유 없이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그런 친구에게 어떤 이유냐고 따져 물으면 달아날까 봐 묻지도 못하고 이래저래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진하면 매번 다양한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동창 친구를 통해 "야 누구가 요즘 많이 힘들다던데 네가 좀 챙겨~"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그렇게라도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말은 생각을 반영한다.

이 관계를 어떻게든 이어가기 위해 알아도 모른 척 꽤 오랜 시간 연기를 해왔지만, 이제는 돌려 돌려 말하는 그 말의 말귀를 알아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와 함께 하는 것이 불편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여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없는

나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함께를 강요하는 것은 그에겐 그저 폭력일 수 있으니 나는 그 연을 놓기로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운하다고 자주 말하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