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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랑 Aug 20. 2019

"진짜 내가 나 때문에 미치겠다"

즉흥 미용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순간의 기분이 나의 행동을 결정한다. 그 순간의 기분을 존중해주고 난 후의 일들은 물론 내가 감당한다.


지난 월요일엔 떠나야 할 것 같아 갑자기 제주 여행을 떠났다. 준비 없이 떠났지만 그래도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내 몸을 고생시켰다. 뚜벅이로 걷고 버스 타고 돌아다니며 3km 둘레길 걷기와 생애 첫 서핑을 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나의 몸은 발갛게 익어 근육통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덕분에 제주도에서 여유롭게 글쓰기는 실패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꿀꿀했다. 기분을 달래고 싶었다. '차분히 글을 써서 나를 평온한 상태로 데려가야겠다' 그 생각을 한 순간부터 계속 압박을 느꼈다. 이런저런 생각을 적어보았으나 오히려 머릿속이 더 복잡했다. 글로 써지지 않아 소재만 몇 가지 끄적였다. 그러다 첫째 조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카페에 와 글을 쓰는데 억지로 억지로 글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 읽어보기도 싫은 억지 글을 덮었다.


'머리를 자를까?' 갑자기 생각이 스쳤고 나는 지금 미용실 열펌 기구에 내 머리를 걸어두고 있다. 한 뼘도 넘는 길이를 잘라냈다. 지난봄부터 하고팠으니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잘린 머리를 보니 내가 지금 뭘 하는 건가 싶다.

즉흥적으로 잘려진 나의 머리카락들

'진짜 내가 나 때문에 미치겠다'


지난봄에 한 파마가 전혀 풀리지 않고 손질하기도 편해 맘에 쏙 들던 머리였는데.. 나는 왜 다 잘라내고 이러고 있는 걸까. 황당하지만 다 하고 나면 산뜻하고 좋을 거다. 머리는 또 자라니까 새로 한 머리에 적응하며 가을을 맞이해보지 뭐.


내가 쓴 글을 읽다 보면 나는 '그냥, 뭐'라는 단어를 참 많이 쓴다.


그냥 하고 싶어서 했으니까 그냥 뭐 산뜻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며 적응하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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