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녀시대를 숙녀시대라고 부르는 것에 발끈했다.

계란 한 판이라고 하는 것 같아서

by 이랑

언젠가부터 소녀시대 새 앨범이 나왔다는 기사에 그런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소녀시대는 무슨 이제 숙녀시대 아냐?" 그녀들이 더 이상 여자 아이돌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듯한 표현이 불쾌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의 나이에 관해 유독 엄격한 기준을 들이민다. 노처녀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의 대명사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인공도 서른. 얼마 전 많은 팬을 생성한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세 여자 주인공도 서른. 이렇게 우리는 서른의 우리들이 이루어 놨어야 할 것들을 간접적으로 학습한다. 나는 학습한 내용에 반기를 드는 심정으로 서른은 무언가 다 이루어야 하는 나이가 아니라, 무엇이라도 도전할 수 있는 나이라고 여기며 그것이 무슨 기회라도 되는 양 퇴사를 했으니 말이다.


서른으로 살면서 느낀 가장 큰 부분은 내가 서른이라는 것을 주변에서 인지시켜주는 일이 참 많다는 것이다. 엄마부터 시작해서 친척, 직장 동료 그리고 멀지만 가까운 TV 속 주인공들까지. 그저 나로서 존재하고 싶은데 서른이라는 타이틀을 단 나는 자꾸만 위축된다. 서른이라고 자꾸 말해주는 주변의 영향을 받아 서른의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어떻게든 정의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그렇다. 그 안에서의 내 생각은 너무 허황되거나 이룰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평범한 서른으로 살며 나에게 그런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다 보면 그녀들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시절 발차기를 하며 등장한 '소녀시대'. 그녀들이 최고의 걸그룹이 되고 이제는 각자의 색깔을 찾아 나서는 그 과정을 함께 했다. 그녀들이 성장하는 시간에 나도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나는 그녀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 사회는 연예인, 여자 아이돌, 그중에서도 소녀시대인 그들에게 엄격했고 그들은 노력했다. 그녀들이 그 예쁨을 유지하며 칼군무와 함께 안정적인 라이브를 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지. 그녀들이 그 안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도 우정을 쌓느라 서로 얼마나 배려하고 아꼈을지. 배우, 솔로 가수, 뮤지컬 배우 등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했을지. 또 그녀들에게 적용되는 그 까다로운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얼마나 조심히 생활했을지 알고 있다.


나는 왜 소녀시대를 숙녀시대라고 표현한 것에 발끈했을까?


지난 시간 소녀시대로서 끊임없이 노력한 그녀들에게 그저 나이를 가지고 그런 식으로 폄하하는 것은 마치 지난 시간 나의 삶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던 나를 그저 계란 한 판에 비유하는 것과 같이 느껴졌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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