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하고 싶은걸 해보려 해"

퇴사 후 첫 도전 - 브런치 작가

by 이랑

꽤 오랜 시간 새로운 삶에 대해 막연히 상상하며 변화를 꿈꿨고, 마침 지난 6월 나의 생일이 다가왔다. 유치하지만 진짜 서른이 되었으니 기념으로 새로운 삶에 도전하기로 했다. 계획은 없었다. 그동안 막연히 하고파 했던 것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우선 브런치 작가 신청을 검색했다. 블로그에 올라온 브런치 작가 성공기(?) 같은 것들을 읽으며 저울질을 시작했다.


겸손함을 잘 모르는 나는 언제나 '뭐~ 하면 다 잘해~'라는 말을 종종 해왔다. 사실이었다. 나는 내가 잘할 법한 일들에만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에 잘 안다고 생각하며 쭉 그렇게 정해진 범위 안에 날 담아 자기만족하며 살아왔었다.


'그래 이제는 진짜 그냥 하고픈 걸 해보자! 그래 우선 해보자!'라는 맘으로 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퇴사 2주 차 금요일, 언니의 제안에 조카들과 함께 동네 족발집에서 모두가 신나는 금요일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이젠 조카들도 늦게 잘 수 있는 금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언니는 앞으로의 계획을 엄마 아빠에게 공유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거창한 계획은 없다고. 그냥 하루하루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열심히 살 거라고 답했다. 언제나 그랬듯 '현실적인 걱정 + 그럼에도 너의 의견을 지지하고 응원해!'로 나에게 힘을 주었다.


언니에게 작가 신청 시 올렸던 글을 보여주고 싶어 앱을 켜고 들어갔다. 알림이 왔는지 민트색 점이 찍혀있었다. 작가 승인까지는 보통 5일이 걸린다고 안내받았기에 '아 떨어졌나 보다..'라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 설마..'라는 기대를 하며 알림을 확인했다.

2019. 7. 12 소름 끼치게 기뻐하며 한 캡쳐!


정말 정말 예상 못했는데.. 단 번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글을 써본 경험도 없고, 그저 좋아만 했기에 단번에 되길 바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그래서 더욱 믿기 어려웠다. 누군가는 이 글을 보고 '뭐 이리 난리야?'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 경험은 나에게 큰 변화를 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지금까지 내가 나를 잘 안다는 전제 하에 스스로 어떠한 한계 속에 가둬 그 속에서 만족하며 살았다면,

이제는 내가 나에 대해 참 모른다는 생각으로 나에게 더 많이 귀 기울이고 알아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에 뛰어들 용기가 생겼다.


참 감사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꼭 기억해야 할 것이 막 떠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잊고 싶지 않아 핸드폰 녹음기를 켜 녹음을 했다. 녹음기를 들으며 당시의 감정을 기록하다 보니 또 울컥하다. (당장 쓸 여력이 안될 때 녹음을 해두면 좋다는 것을 어디서 주워 들었다)


벅차다.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 뭐랄까 저평가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퇴사를 결심하기도 어려웠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낸 용기가 이런 값진 순간으로 돌아왔다. 나는 오늘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대학교를 들어가서부터 무언가를 도전하는 것에 대해 무척 겁냈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언제나 내가 할 것을 정했었는데... 어렵게 어렵게 그것을 깨고 나서 나에게 무언가 큰 변화가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벅찬다. 벅찬다는 말을 써본 적이.. 나로 인해서는 없는 것 같다. 타인이 나에게 벅찬 이해를 해줬을 때, 벅찬 감동을 줬을 때, 내가 나 스스로 벅차게 해냈던 기억은.. pco를 하면서... 근데 그때도 온전히 벅차지는 않았던 것 같다. 벅차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