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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랑 Nov 03. 2019

결국 귀가를 선언한다.

나는 누구이며, 또 몇 명인가? - 평온한 나?

나는 느긋한 사람이 좋다. 다르게 말하면 평온한 사람. 감정 기복이 심한 나의 감정은 항상 롤러코스터를 탄다. 날씨, 음식, 음악, 함께하는 사람의 표정과 말투 등 다양한 것들이 나의 감정을 휘두른다. 갑자기 신이 나다가 갑자기 우울해지는 나는 평온한 사람이 좋다.


엄마는 종종 화가 나면 전화로 엄마 할 말만 하고 뚝 끊어버리는데. 나는 그것을 절대 못 참는다. 전화가 끊어짐과 동시에 카톡을 보낸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혼자 할 말만 하고 끊을 거면 다시는 연락하지 마! 불쾌해!" 엄마의 그런 성격이 지독히도 싫다. 그 불 같은 성격을 닮아 한 번 붙으면 우리의 싸움은 산불처럼 번져버린다. 


나의 이런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아서 사랑하는 사람을 다소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친구의 사소한 말과 말투에 기분이 상하면 그 돌멩이가 내 마음속을 헤집어 놓는다. 기분이 온 얼굴에 드러나 말다툼으로 이어지고 나는 화를 못 이기고 결국 귀가를 선언한다. 그렇게까지 기분이 상한 것은 아닌데 순간의 기분을 그렇게 표현해버리는 못난 나이다.


연애 시작 전 나는 남자친구에게 이실직고했다. "나는 되게 감정적인 사람이고 짜증도 많이 부리는데 괜찮겠어?" 이기적인 말이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 감당할 수 있겠냐는 태도는 참 나쁘다. 솔직히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예고해야 했다. 나와 함께 롤러코스터를 탈 당신의 미래를. 다행히도 나는 현재 평온한 남자친구 덕분에 조금 덜 오르내리는 편이다.(이 글을 그가 보면 많이 놀라겠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있는데.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평온한 사람이 되고 싶다. 평온한 그의 옆에서 조금씩 평온해질 나를 그려본다.        



[매일 글쓰기 모임(DAY 30) 시즌2 - 3일 차. 나는 oo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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