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이글 하나 읽어줄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처음으로 세 모녀 여행을 왔다. 처음인가? 싶은데 진짜로 처음이다. 못난 딸들. 내가 좋아하는 소녀시대 노래도 듣고 언니가 좋아하는 젝키 노래도 듣고 엄마가 좋아하는 조항조 노래도 들으며 달렸다.
엄마는 이번 여행에 미션을 하나 가지고 왔다.
"언제 다시 취직할 거야? 아빠가 물어보더라 너한테 직접 물어보면 또 화낼까 봐 자꾸 나한테 물어보잖아~"
"해야지~ 근데 아직은 미정이야.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하고 싶은 게 없는 것보단 낫잖아~"
숙소에서 연어 초밥, 모듬회와 함께 화이트 와인을 한잔 했다. 언니 이야기, 엄마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눴다. 언니는 엄마에게 말했다. "이랑이글 하나 읽어줄까?" 묻자마자 바로 "응"이라고 한다. 많이 궁금한 줄 알면서도 부끄러워 보여줄 수가 없었다.
나랑 너무 똑같아서 징그러운 언니가 나처럼 울먹이며 글을 읽는다. 같이 앉아 있으면 나도 따라 울 것 같아 등 돌려 앉아 노트북 세팅을 한다. 아빠와 나의 이야길 읽는데 엄마가 "아빠는 좋겠다" 한다. 엄마에 대한 글을 너무 쓰고 싶은데 미안하고 고마운 게 많아 쉽게 써지지 않는다.
얼마나 아름다운 인생을 살겠다고 엄마, 아빠 속 썩이는지 모르겠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길을 찾아야 하는 딸이라 미안한 마음이 크다. 언젠가 엄마에 대한 글을 쓰면 그때는 제일 먼저 읽어줘야겠다. 꼭.
[매일 글쓰기 모임(DAY 30) 시즌2 - 8일 차. 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