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무서워진 아이

3화

by 이로티

그날은 유난히 집이 시끄러웠다.
낯선 남자들의 목소리가 집 안을 가득 채웠고,
현관문은 평소보다 거칠게 열리고 닫혔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아무 설명 없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말없이 서랍을 열고,
방을 오가며,
물건마다 무언가를 붙였다.
빨간색이었다.


그 색은 이상하게도
눈에 너무 잘 띄었다.
마치 “여기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어머니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계부는 평소보다 말이 없었다.


어른들 사이에 오가는 단어들은
아이인 내가 이해하기엔 낯설었지만
공기의 무게는 분명히 느껴졌다.


그날 이후로
집 안에는 다툼이 잦아졌다.
낮은 목소리로 시작된 대화는
언제나 언성을 높이는 결말로 끝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다시 짐을 쌌다.


이번에는 악마가 술 냄새를 풍기며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집을 밀어내고 있었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것이 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친부가 남기고 간 빚이
아무것도 모르던 어머니에게 쏟아졌고,
그 빚은
이 집까지 무너뜨렸다.


그때까지 나에게 돈은
그저 좋은 것이었다.
문방구에서 간식을 사 먹게 해 주고,
친구들과 PC방에 갈 수 있게 해주는
편리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돈은 다른 얼굴을 가지게 되었다.


돈이 없으면
집이 무너진다.
돈이 없으면
도망쳐야 한다.
돈이 없으면
아무 잘못이 없어도
삶이 무너진다.


그 시절,
내가 유독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다.
이모였다.
이모를 만나는 날이면
항상 좋은 곳에 갔다.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 직원,
긴 주전자로 물을 따르던 모습,
그리고 늘 맛있던 음식들.
나는 그게 신기했다.


돈은 이렇게 무서운 존재인데,
이모는 왜 아무렇지 않게 쓰는 걸까.
어느 날,
나는 용기를 내서 물었다.


“이모는 왜 돈 걱정을 안 해?”


엄마는 말했다.


“이모는 부자니까.”


그 말은
이상하게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부자란 무엇일까.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일까,
아니면
돈에 쫓기지 않는 사람일까.


책 읽기를 좋아하던 나는
도서관에서 ‘부자’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만의 결론을 내렸다.


부자는
돈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날,
그 시절,
그 자리에서
나는 처음으로 꿈을 가졌다.


다신 우리 엄마가
돈 때문에 울지 않게 하겠다고.


그 어린 소년의 꿈은 작은 울부짖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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