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번 돈 그리고 처음 생긴 착각

4화

by 이로티

어린 시절의 꿈은 보통 그렇듯

기억 속에서 빠르게 흐려진다.

하지만 그 꿈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자라는 방향을 조금씩 바꿔놓았다.


15살,

나는 처음으로 돈을 벌었다.

계부를 따라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차를 타고 어두운 길을 지나

아직 해도 뜨지 않은 현장으로 향했다.


겨울이었다.

아저씨들은 나무를 불쏘시개로 태우며

동그랗게 모여 몸을 녹이고 있었다.

계부의 지휘에 따라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내가 맡은 일은 신호수였다.


형광색 조끼를 입고

안전모를 쓰고

두꺼운 패딩 하나를 껴입은 채

빨간색 형광봉을 들었다.


차들이 쌩쌩 달려오는 길 한가운데서

나는 형광봉을 흔들었다.

귀에는 MP3를 꽂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추위를 잊으려고 애썼다.


그래도 너무 추웠다.

손끝의 감각이 점점 사라졌다.

중간중간

계부는 나를 차 안으로 불러

잠깐씩 쉬게 해 주었다.

그 작은 배려가 없었다면

나는 정말로 얼어붙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이 끝난 날,

나는 처음으로 급여봉투를 받았다.

그 봉투를 손에 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이상하게 짧게 느껴졌다.


처음 번 돈으로

나는 엄마의 내복을 샀다.

그녀는 그 내복을 손에 쥐고

한참을 웃었다.

그 웃음 하나로

그날의 추위는

모두 사라진 것 같았다.


그때의 나는

방학이 되면

늘 계부를 따라 일을 나갔다.

힘들었지만 재밌었다.


돈을 버는 일은

생각보다 짜릿했다.

돈은 벌어도 벌어도 부족했고

나는 더 벌고 싶었다.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돈 많은 아이’였다.

그 나이에

스스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돈으로 사는 인기 속에

조금 취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방학은 끝나고

학기가 시작되면

나는 다시 일을 할 수 없었다.

돈은 빠르게 사라졌다.


그때,

내가 선택한 방법은

친부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그는 만날 때마다

용돈을 주었다.


그 시절의 나는

돈을 벌 줄은 알았지만

돈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분명했던 건 하나였다.

나는 일을 하며

수익을 내고 있었다.


그래서 그 나이의 나는,

이미 부자라고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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