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돈은 생각보다 빨리 사라졌다.
방학 동안 벌어둔 돈은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나는 여전히 쓰는 사람이었고,
벌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때 떠오른 얼굴이 있었다.
친부였다.
그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먼저 불편해졌다.
무섭고, 싫고,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만날 때마다 돈을 주는 사람이기도 했다.
형은 그를 만나러 가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나 역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찾아갔다.
돈은
그 모든 감정을
잠시 눌러주기에 충분했다.
매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그 집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나는 집 안의 공기를 먼저 살폈다.
함께 사는 아줌마의 표정,
집 안의 분위기,
그날의 말투.
어떤 날은
그들이 함께 누워 있다가
갑자기 등장한 나를 보고
당황한 얼굴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오히려 용돈은 더 많아졌다.
이상하게도
그날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나는 점점
돈을 받기 위해
상황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어떤 날에 가야 할지,
얼마를 기대할 수 있을지.
심지어
친구를 소개해주면
용돈을 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까지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 돈이
정당하다고 믿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야
내가 덜 비겁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시절,
나는 책 읽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작가라는 직업을
막연히 동경했다.
내가 생각하던 작가는
돈이 필요할 때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사람이었다.
놀고 싶을 때는 놀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글을 쓰는 존재.
그렇게
돈에 쫓기지 않는 사람.
나는 글을 써보기 시작했다.
국어책에 실린 짧은 소설 뒤에
혼자만의 이야기를 덧붙였고,
생각보다 그 과정이 재밌었다.
그 당시 유행하던
'무료 게임 타운' 앱에서는
글을 읽는 사람들이 많았다.
호기심에 글을 올렸고,
어느 날
소속 제안을 받았다.
글을 계속 써달라는 요청이었다.
팬도 생겼다.
300명이나 됐다.
그 나이의 나에게는
꽤 큰 숫자였다.
나는 학교에서 야한 소설이나
연예인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써서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아주 작은 돈을 받기도 했다.
돈이 된다는 사실이
나를 더 들뜨게 만들었다.
하교 후,
친한 친구와 함께
버스정류장 앞에서
구걸을 해본 적도 있다.
“차비가 부족해서 그런데
300원만 주실 수 있을까요?”
어떤 아주머니는
천 원, 이천 원을 주기도 했다.
우리는 그 돈으로 뽑기를 했고,
뽑은 간식을 학교에서 되팔았다.
생각보다 잘 팔렸다.
그때의 나는
돈이 참 쉬워 보였다.
돈을 얻는 방법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나는
돈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처럼
행동했다.
부자는
돈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착각한 채로.
돈은 생각보다 쉽게 손에 들어왔고,
나는 그 쉬움에 너무 빨리 익숙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