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도 남지 않는 이유

6화

by 이로티

고등학생이 되자
나는 처음으로
정식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편의점 야간 알바였다.


밤이 되면
가게 안은 이상하게 조용해졌다.
손님은 뜸해졌지만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졸음과의 싸움이
일의 절반이었다.


물건이 들어오면
하나하나 대조하며 정리해야 했고,
냉장고 안 음료를 채우러 들어갈 때면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먼지를 털고,
진열을 맞추고,
빵에 크림을 짜 넣고
비닐에 포장했다.
단순한 일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
사람을 지치게 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술 취한 사람이 들어올 때였다.
그들은 대부분 큰일을 벌이지 않았지만
나는 늘 긴장했다.
술 냄새만 맡아도
몸이 먼저 반응했다.


아직도 그때의 트라우마가
조금은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야간 알바를 하며
나는 학교에서는 잠을 잤다.
공부는 점점 더
내 삶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돈을 버는 게
훨씬 재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나처럼 알바를 하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났다.
더 이상
돈 많은 아이’라는 타이틀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조금 조급해졌다.
더 벌어야 했고,
더 써야 했다.


그래야
부자라는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또 하나의 수익이 생겼다.
교회에서 배운 기타였다.
어린 친구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돈을 받았다.
신기했다.
힘들지도 않고,
한 시간 정도 말만 해주면
돈이 생겼다.
노동보다
훨씬 가벼운 돈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도
돈을 벌 수 있구나.’


나는 다시
조금 특별해진 기분이 들었다.
편의점에서 번 돈,
기타 과외로 번 돈,
작게나마 이어지던 수입들.


그 돈들은
내 부자 타이틀을
지탱해 주는 기둥 같았다.


문제는 그 기둥이
모래 위에 세워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돈을 모으지 않았다.
돈을 버는 족족 사치에 썼다.
친구들 사이에서의 이미지,
그 나이대에 누릴 수 있는
작은 허영들.


돈을 버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동이 필요했지만
돈을 쓰는 데는
한순간이면 충분했다.


매일같이 벌어도
돈은 남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왜 돈이 사라지는지
알지 못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아직 돈을 다룰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사실은
훗날
내 인생을 몇 번이고
같은 자리로 되돌려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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