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공부를 한 시절

7화

by 이로티

지금의 나는 공부와는 영 인연이 없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사실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공부보다는 돈을 벌고, 현장을 뛰고, 부딪히며 배우는 쪽이 훨씬 잘 맞는 사람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인생에서 단 한 번,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부를 해본 적’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내 선택지는 분명했다.
대학에 가고 싶다기보다는, 빨리 돈을 벌고 싶었다.
사업이든, 직장이든, 뭐든 상관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사회로 나가 내 발로 서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대학을 가지 않는다’는 선택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고,
어른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


결국 나는 하고 싶은 대학이 아니라,
갈 수 있는 대학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입학하게 된 곳이 전주대학교, 경배와 찬양학과였다.


어린 시절 교회에서 보냈던 시간의 영향도 있었고,
음악을 좋아하던 나에게 ‘음악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나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말하면,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는 사실도 지금은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대학 생활은 의외였다.
처음으로 ‘내가 선택한 과목’을 공부했고,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배웠다.
그리고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태어나 처음으로 공부가 재미있어졌다.
밤을 새워 과제를 하고,
작곡과 발표를 준비하며 시간을 쏟았다.
그 결과, 첫 학기 성적표에는 내가 평생 볼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단어가 적혀 있었다.


과탑.


그리고 장학금.
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성적 자체보다도,
누군가가 나에게 “잘했다”라고 말해주는 경험이 처음이었다.
그건 단순한 성취감이 아니었다.
‘나는 원래 안 되는 사람’이라는 오래된 믿음이
처음으로 흔들리던 순간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조금만 마음먹으면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몰랐다.
이 작은 성공이,
나를 가장 위험한 방향으로 이끌게 될 거라는 걸.
모든 실패는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대부분은 이렇게,
잘 되고 있다고 믿어버린 순간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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