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랑일까>

사랑이 올 때, 우리는 무엇을 보았을까

by 상담사 이경애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s) 2012

감독: 사라 폴리

출연: 미셸 윌리엄스, 세스 로건, 루크 커비


'사랑에 빠졌다'라고 할 때 우리가 말하는 사랑은 익숙함이나 편안함을 주는 관계와는 다르다. 만적 사랑에 빠 때 우리 뇌는 도파민, 세로토닌, 옥시토신이 작용하는 상태다. 새로운 사람이 궁금하고 설레며 자꾸 보고 싶고(도파민 폭발), 상대도 나를 좋아할까 불안 마음을 내려놓 힘들다.(세로토닌 저하) 스킨십을 하거나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로 느진다.(옥시토신 분비) 6개월에서 2년 정도가 지나면 이러한 뇌의 화학작용은 더 이상 활발하지 않다. 낭만적 사랑의 유효기간은 종료된다.


연애 초기의 날카로운 설렘과 강렬한 짜릿함은 시간이 흐르며 뭉툭해지기 마련. 대신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데서 오는 안정감, 삶의 경험을 함께 하며 느끼는 유대감, 어디서 무얼 하든 돌아올 곳이 있다는 소속감, 내 편이 믿어지며 애착이 생긴다. 그러나 다른 모든 처럼 이 관계도 영원하지 않. 한 사람을 둘러싸고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일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사고와 질병과 같은 변화가 둘의 관계를 다른 국면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커플 관계를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하나 중요한 사건은 한 사람에게 다른 낭만적 사랑이 찾아오는 일다. 더 이상 두 사람은 같은 궤도를 돌며 마주 볼 수 없다. 한쪽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남은 사람은 둘이 함께 그리던 익숙한 사랑의 궤적이 어긋나고 희미해지는 걸 바라봐야 한다.

플 중 한쪽에게 다른 사랑이 생기는 이유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성격 차이로 둘러대는 표면적인 갈등 속에 커플의 숫자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서로에게 충실하겠다 온 세상 앞에서 서약을 하고, 운명공동체로 모든 걸 공유하던 관계가 깨질 때, 균열은 래전에 깊었져 있었을지 모른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일어기도 한다. 사람 사이에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같은.


마고(미셸 윌리엄스)와 루(세스 로건)는 결혼 5년 차 부부다. 신혼은 지났지만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 여전히 다정한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고 두 사람끼리만 통하는 농담 배틀을 한다. 이를테면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먹어버리고 싶어' 같은. (창의적이고 끔찍한 레시피를 지면으로 옮기는 건 생략하다.)

마고는 남편에게 자주 애정 표현하지만 루는 장난으로 넘기 한다. 리사인 루는 자신의 이름을 건 요리책 준비에 몰두해 있다. 아기를 갖는 문제에 대해서도 어물쩍 대화를 피다. 부부 사이에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마고는 종종 생기 없는 표정이 되곤 다.

마고의 권태와 불안을 알아보는 건 남편이 아니라 이웃집 남자 대니얼이다. 오가며 우연인 듯 자꾸 마주치는 대니얼이 마고는 신경 쓰인다. 대니얼은 마고의 두 얼굴 -쁨에 찬 모습과,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그림자-을 그린 그림을 보여준다. 마고는 발끈하면서도 자신을 이해하는 듯한 대니얼 궁금하다.


마고는 작가가 되고 싶지만 자신의 글을 쓰지 못하고 지역행사를 취재는 소소한 일을 한다. 집에서는 댁 식구들에게 사랑받는 착한 여자다. 대가족을 초대해 시누이의 금주 파티를 열어주고, 조카를 자기 아이처럼 랑하고, 까다로운 시어머니의 성격을 맞추는 마고를 가족들은 복덩이라 부른다. 마고는 랑스운 아내, 착한 며느리, 좋은 람이라는 굴에 너무 충실하게 살아왔는지 모른다. 자신에게 다른 얼굴이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수 있.

기대되는 역할과 상황에 맞게 보여주는 사회적 얼굴을 융(Carl Gustav Jung)은 페르소나(Persona)라고 불렀다. 페르소나가 너무 강해지면 마음속 깊이 억눌린 측면이 무의식으로 밀려난다. '그림자(Shadow)'라고 한다. 그림자를 이해하고 삶에 통합할 때 건강하고 성숙하게 살아갈 수 있다. 알아차리지 못한 마음은 불편한 기분, 몸의 증상, 꿈 등을 통해 말을 걸어온다. 외부적인 사건이나 사람을 통해 만날 수도 있다.

귀엽고 착한 여자 마고는 옆집 남자를 만날 때 거침없고, 자유롭고, 열정적인 여자가 된다. 대니얼과의 만남을 통해 마고는 그동안 되어 보지 못한 사람이 되는 꿈을 었을지 모른다. 심리치료사이자 작가인 에스터 페렐은 '욕망과 결핍, 상처와 치유에 관한 불륜의 심리학'이라는 부제를 단 책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갈구할 때 외면하는 대상은 파트너가 아니라 나 자신일 때가 있다.'라고 말한다. '외도가 자기 발견의 한 형태이자 새로운 (또는 잃어버린) 정체성의 추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고가 대니얼과 함께간을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한 장면이 름답다. 관능적이면서도 우수에 찬 레너드 코헨의 노래 "Take This Walts'에 맞춰 두 사람의 시간이 꿈처럼 흘러간다. 우리나라에선 '우리도 사랑일까'라는 제목으로 화가 개봉됐지만, 원제은 "Take This Walts" 다. 3박자로 이루어진 춤곡인 왈츠는 우아하고 아름답만 단조롭다.

금지된 관계는 초기엔 강렬하고 애절하지만 사랑의 유효기간 예외는 없다. 새로운 파트너와 추는 춤 처음엔 가슴 떨리지만 3박자의 스탭을 반복하며 되풀이된다. 설렘과 짜릿함은 원하지 않다.


우리 누군가를 만나면 상대를 알기 위해 노력한다. '뭘 원해? 지금 행복해? 신은 어떤 사람이야?'

타인을 만나는 동안 나 자신 또한 난다. ' 원해? 지금 행복? 난 어떤 사람이지?'

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는 건 나뿐이다.


마고가 루와 결혼생활을 유지할지, 대니얼과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야 할 게 판단할 수 없다. 대니얼도 루도 좋은 남자들이고, 두 사람 모두 자기 방식으로 마고를 사랑한다. 제는 고 또한 두 사람을 모두 사랑는 거다. 한쪽을 선택하는 건, 다른 쪽을 포기하는 일. 완벽한 선택을 할 수는 없다.

마고의 시누이가 술에 잔뜩 취한 마고에게 소리치는 장면이 있다.

"인생엔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미친놈처럼 그걸 다 채울 순 없어!"


음악과 함께 빙글빙글 돌아가는 놀이기구를 타며 마고와 대니얼 얼굴이 아이처럼 밝아진다. 갑기 음악이 뚝 끊기며 놀이기구가 멈추자 머쓱해 두 사람은 웃음을 거둔다. 언젠가는 놀이기구에서 내려야 한다.

랑이 일상이 된 어느 날, 마고는 혼자 놀이기구에 올라타 본다. 새로운 사람을 통해 다른 '나'를 만나던 마고는 혼자 리듬을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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