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익혀낸 _ 냉동돈까스
"일어났어?"
"응. 어제 늦게 잤더니 너무 피곤하다..."
"벌써 12시야. 밥 먹어야지?"
어제 사온 냉동 돈까스를 집어 들어 하얀 에어프라이어에 넣는다. 봉투 뒷면을 천천히 읽고, 적힌 온도보다 20도 낮춰 맞춘다. 화력이 유난히 센 탓인지, 설명서대로 하면 항상 겉은 타고 속은 덜 익는다. 20도 낮추고 시간을 10분 늘리면 바삭하게, 속까지 촉촉하게 익는다. 수많은 실패를 밟고 터득한 방법으로 자신 있게 온도와 시간을 맞춘다.
조그마한 종지 두 개를 꺼낸다. 하나에는 진한 갈색 돈까스 소스와 붉은 케첩을 일대일로 넣고, 꿀을 조금 더해 부드럽게 섞는다. 숟가락으로 저을 때마다 윤기 있는 소스가 흐르고, 달콤한 꿀 향과 케첩의 새콤함, 돈까스 소스의 진한 풍미가 은은하게 퍼진다. 다른 하나에는 잘 익은 김장 김치를 한 입 크기로 썰어 포개 담는다. 작은 그릇 두 개에는 고슬고슬한 잡곡밥과, 구수한 들깨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어젯밤 끓인 들깨미역국을 담는다. 냉장고를 열어 더 담아줄 것이 없음을 확인하고, 아쉬운 마음에 반숙 계란프라이 하나를 노릇하게 얹는다.
"이 정도면 잘 먹겠지?"
"용아, 밥 다 됐어. 어서 와."
부르면 한참이나 지나서야 나타나는 그가 한 걸음에 달려왔다.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다.
"시원한 물 한 잔도 가져와~"
고맙다는 부끄러운 말 대신 그는 장난기 섞인 음성과, 어린아이 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맛있게 먹으라는 말 대신 그를 노려보며, 얼음이 한 움큼 담긴 물컵을 건넨다.
정성 들인 밥, 맛있는 밥, 화려한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우리의 식탁은 그 어떤 밥상보다 풍성하다. 돈까스는 바삭하게 씹히고, 소스는 달콤하고 진하게 입안을 감싼다. 김치는 아삭하면서 짭조름하고, 들깨미역국은 부드럽게 구수한 향을 뿜어내며 입 안을 감싼다. 따끈한 잡곡밥과 계란프라이까지 한입에 넣으면, 작은 밥상 하나가 온기를 가득 품는다.
그의 바쁘고 외로웠을 새벽을 알아주고, 피곤함이 빨리 가시기를 바라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마음이 식탁 위에 그대로 담겨, 우리만의 따뜻한 한 끼가 된다. 그저 따듯함 하나만을 기다리던 냉동돈까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