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수 없어도, 좋아할 수밖에 _ 쉬림프피자
-"오늘 저녁은 피자?
-"완전 좋아! 피클 추가 하는 거 알지?"
나는 피자를 제일 좋아하고, 용이도 피자를 제일 좋아한다. 브랜드를 가리지 않는 용이는 내가 좋아하는 도미노피자를 함께 즐겨 먹었다. 어떤 피자를 먹을 거냐는 물음에도 용이는 언제나 '다 좋아!'라는 말 뿐이었다. 덕분에 식탁 위엔 언제나 같은 피자가 올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쉬림프 피자였다. 치즈 위로 노릇하게 구워진 통통한 새우가 얹혀있었다. 따끈한 피자 조각을 들어 한 입 베어무는 순간, 바삭한 가장자리와 부드럽게 녹아드는 치즈가 입안 가득 퍼졌다. 그 사이로 새우의 바다 내음이 천천히 번졌다. 입 안의 온기가 사라질 때쯤 고개를 들면, 용이의 손은 이미 빈 손이었다. 밥 먹는 속도가 유난히도 빠른 용이와 유난히도 느린 나는 어쩐지 이 광경이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천천히 좀 먹으라니까!"
올해부터 저염식을 하게 된 탓에 피자를 먹지 못하게 되었다. 이주에 한 번씩은 꼭 먹던 피자를,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피자라는 단어를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세 달쯤 지났을 때, 퇴근한 용이가 조심스레 말했다.
-"피자 시켜 먹을까?"
-"나는 못 먹잖아. 용이 혼자 시켜 먹을래?"
-"네가 안 먹는데 어떻게 먹어."
30분쯤 지났을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하얀 봉투 속으로 비치는 익숙한 파란 피자 박스. 화들짝 놀란 용이의 눈빛 너머로 숨길 수 없는 올라간 입꼬리가 눈에 들어왔다.
"용아, 맛있게 먹어줘. 같이 못 먹어서 미안해.
용이가 맛있게 먹어야 내가 안 미안해하지."
용이는 그런 내 마음을 알아준 걸까. 아님 오랜만에 먹는 피자가 너무 맛있었던 걸까.
금세 피자의 절반을 먹어치웠다. 물을 마시러 부엌에 나가자, 식탁 위엔 피자 두 조각이 있었다.
"용아, 내일 먹을 거야? 냉동실에 넣을까?"
라고 묻자 그는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나중에라도, 네가 먹을까 해서"
천천히 먹으라던 잔소리, 애써 느리게 씹어보던 그의 눈치.
그 모든 건 이제 사라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피자를 주문한다.
먹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나는 이제 안다.
"맛있게 먹어줘서 그리고 마지막까지 나를 생각해줘서. 고마워, 용아."